무척 아쉬운 경기 결과입니다. 클래식 시리즈 이름에 걸맞게 삼성과 롯데 양팀은 엎치락뒷치락하며 팬들에게 재미난 경기를 선사했습니다. 물론 삼성팬으로선 0-4의 절대적 열세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고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승리의 여신은 결국 롯데의 편에 섰네요.
삼성 선발 이호성의 등판을 두고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한화전 선발 등판에서 무려 10실점하며 최악의 투구를 펼쳤던 이호성이었기에 그동안 기량면에서 뿐만 아니라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얼마나 빨리 회복을 했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확인했듯 오늘 등판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좋지 못했습니다.
압도적인 구위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제구마저 흔들리면 이호성은 프로 1군 무대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유형의 투수입니다. 베테랑 포수 강민호와 배터리를 이룬 오늘 경기에서도 초반부터 흔들렸습니다. 볼 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다 보니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어김없이 상대 타자에게 정타를 허용하고 맙니다.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형국입니다.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전반적인 경기 운영 자체가 쫒기는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호성에겐 조정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무턱대고 선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닐 겁니다. 퓨처스로 내리든지, 불펜 추격조로 활용하면서 구위와 제구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젊은 선수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필승조의 일원인 김재윤의 부진도 뼈아픈 대목입니다. 뒷문을 확실히 잠궈줘야 할 선수인데 안정감이 확연히 떨어진 상황입니다. 8회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역전 홈런까지 허용한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유강남에게 허용한 홈런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롯데 타선에서 공격력이 가장 떨어지는 8번 타자 박승욱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은 삼성팬들이 기대했던 김재윤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필승조 투입 순서에도 수정이 필요합니다. 심창민, 김재윤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면 보다 믿음이 가는 이승현(우완)과 김태훈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불펜진이 경기 막판에 허용한 점수는 만회할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연투에 따른 일시적 부진이라면 다행이지만 전반적인 구위 저하가 온 것이라면 삼성의 시즌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됩니다.
타선의 힘도 확연히 떨어진 느낌입니다.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 선발 등판한 김진욱을 초반에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끌려간 것 또한 패인의 한가지입니다. 구자욱, 이재현, 강민호가 멀티 히트로 타선을 이끌었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부진합니다. 선발 우익수로 출전했던 김현준은 4타수 무안타의 타격 성적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치명적인 실책으로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그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이성규, 맥키넌, 김영웅 등 중심 타선도 힘을 보태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선구안과 컨택 능력으로 칭송받았던 맥키넌은 한화전 끝내기 홈런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인지 특유의 장점이었던 선구안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차피 일반적인 외국인 타자급의 장타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팀의 득점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기 초반의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하고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상위권 질주를 계속할 수 있었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삼성으로선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하위팀과의 경기를 경기 막판에 계속 내주는 상황은 암흑기의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선수들은 좀 더 집중하고, 빈치에서는 팀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기 운영을 펼쳐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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