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초반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꼴찌 롯데에 일격을 당했습니다. 144경기 중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그 충격은 상당합니다. 경기 흐름상 반드시 잡아야 할 게임을 놓친 것이고, 막강 불펜진 임창민, 김재윤이 연달아 롯데 타선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균열이 생겼습니다. 기아, NC, SSG, LG 등과의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하위권팀에 당한 패배라서 여러모로 곱씹어 볼 이유가 있습니다.
손쉽게 경기 초반 선취 득점에 성공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된 셈입니다. 삼성은 1회말 공격에서 맥키넌의 적시타로 기분좋은 선취점을 올렸습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선취점을 뺐었던 1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전승 신화를 쌓아가고 있었기에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승리를 당연하다 여겼을 겁니다.
여기에 2회말에도 집중타를 터뜨려 4득점하며 빅이닝을 만들어 낸 삼성은 5-0으로 점수차를 벌리며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습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코너 시볼드도 경기 초반에는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갑니다. 공수 양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경기 양상이었습니다. 딱 3회까지만 하면 그랬습니다.
불안한 조짐은 사실 3회말 공격에서 노출됐습니다. 강민호와 김헌곤의 연속 안타로 추가 득점 챤스를 맞았지만 후속타자 김성윤과 김지찬이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며 여기에 1점을 더 뽑아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롯데 선발 나균안이 꾸역꾸역 잘 틀어막았습니다. 삼성으로선 롯데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결국 위기로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추가점 생산에 실패한 삼성은 4회초 예상치 못했던 위기를 맞습니다. 선발 코너가 4회 들어서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시즌 초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전준우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며 첫 실점을 허용한 코너는 나승엽과 윤동희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2, 3루 위기를 맞았고 결국 유강남의 내야땅볼을 1루수 데이비드 맥키넌이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며 모든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이고 말았습니다.
노련한 수비를 보여주던 맥키넌이었기에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발이 느린 유강남이었기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처리했다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선발 코너도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애초에 5점차 리드 상황에서도 마운드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한 코너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우완 이승현이 6회를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이후 등판한 임창민이 레이예스에게 투런 홈런을, 9회에는 김재윤이 롯데 정훈에게 결승 2점 홈런을 헌납하며 불펜진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삼성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김영웅이 롯데 마무리 김원중에게 솔로 홈런을 빼앗아내며 막판까지 추격전을 펼쳤지만 결국 한점 차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9회말 공격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김영웅의 홈런 이후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이후 이재현과 이병헌이 치열한 볼카운트 싸움 끝에 김원중에게 연속 볼넷을 얻어내자 라이온즈파크는 끝내기 안타를 기대하는 팬들의 함성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김현준의 삼진과 김성윤의 내야 땅볼이었습니다. 당일 퓨처스에서 올라온 김현준은 대타로 출전했지만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한 모습이었고, 김성윤의 주력 또한 예전같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넝쿨째 들어온 복덩어리를 삼성은 스스로 걷어찬 꼴이 됐습니다.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시리즈 3경기 모두 매진을 기록할만큼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기대를 받고 있지만 유독 홈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 조금의 빈 틈, 정신적 해이함이 결국 승부를 가르게 됩니다. 전혀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경기였지만 결국 쓰라린 역전패의 아픔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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