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울을 끝으로 FA 계약을 마치며 선수단 구성을 완료한 삼성이 지난 18일 2024년 코칭스태프 인선을 발표했다. 박진만 감독 부임 2년차를 맞는 삼성은 코치진 구성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민태, 이진영, 정대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을 코치로 영입함으로써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물론 코치 몇 명이 바뀌었다고 해서 야구단 전력이 금세 업그레이드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속적인 야구단 안팎의 변화 요구에 대한 구단의 화답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야구단 운영을 둘러싸고 야구팬들의 불만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라무원’이라며 비아냥을 받았던 변화 의지 부족이다. 라이온즈 출신 공무원이라는 뜻이다. 프랜차이즈 출신들이 ‘고인 물’처럼 오랫동안 머물면서 팀 성적은 전혀 개의치 않고 위기의식 조차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위권에 장기간 머물면서도 책임지는 이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불만이었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것은 전임 홍준학 단장을 위시로 한 구단 프론트와 현장에 있는 코칭스탭간의 유착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 기저에는 팀 성적과는 관계없이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고위층의 의지가 투영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이제 삼성의 순혈주의, 그 기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은 삼성팬들로선 반가운 조짐이다.
특히 최근 고질적인 불펜 불안과 타선 침체에 고민이 깊었던 삼성으로선 새로운 투수, 타격코치 영입에 따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많은 삼성팬들은 지난 시즌 1군 투수코치 보직을 맡았던 정현욱 코치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감독과 투수진 운영을 놓고 대립각을 보이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노출되기도 했고,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수 교체를 하면서도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해맑은 미소를 보이는 모습이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현욱 코치가 투수 조련을 맡은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삼성의 투수력이 리그 최하위권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도 한몫 했다. 전반적인 투수력 약화의 원인을 투수 코치 한 명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러 차례의 기회에서 정현욱 코치가 이렇다할 반등의 계기를 보여주지 못한 것 자체는 엄연한 사실이다. 왕조 시절 철벽 불펜의 일원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였지만 지도자로서의 능력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의 빈 자리는 정민태 코치가 맡게 된다. 현역 시절 일본 최고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도 뛰는 등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했지만 은퇴 이후 지도자 경력에서는 썩 훌륭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09년 김시진 감독의 부름을 받고 히어로즈 투수 코치로 부임한 이후 그는 롯데, 한화 등에서 투수 코치로 중용되었지만 평가는 정현욱 코치에 못지 않게 부정적이다. 투수들의 투구폼을 건드린다는 것에서도 정현욱 코치와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점이 삼성팬들의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1군 타격코치 보직을 받은 이진영 코치에 대한 평가 역시 의문부호가 달린다. 2020년 시즌부터 SK, SSG에서 타격 코치로 활동하였지만 뚜렷한 성과물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타격이라는 것이 원래 타자들의 컨디션에 따라 부침이 심한 것인데다 코치 한 명의 능력이 팀 전체 타선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칠 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도 사실상 어려운 것이기에 코치 이진영의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팬들의 기대는 지난 시즌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좌타자 오재일의 부활에 이진영 코치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것일 것이다. 팀의 중심타선 역할을 해줘야 할 오재일의 부진은 삼성으로선 뼈아팠다. 장타력 실종은 물론이고 컨택 능력 자체가 떨어진 것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 삼십대 후반의 나이인만큼 전성기 때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일시적 부진이 아닌 급격한 에이징 커브를 보이는 것이라면 삼성의 2024년 시즌이 밝아보이지 않는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인급 타자들의 성장에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 삼성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타자들의 성장이야 말로 왕조 재건을 노리는 삼성의 급선무 과제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시즌 치열한 타격왕 경쟁에 뛰어들며 어느새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는 구자욱은 논외로 하더라도 내야 키스톤 콤비 김지찬, 이재현은 물론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으로 외야 포지션에서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김현준, 김성윤 등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적인 타자친화형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삼성으로선 무엇보다 타선 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2016년 새로운 구장으로 옮겨온 이후 공교롭게도 삼성의 암흑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왕조 시절 주축 선수들이 이런 저런 사유로 팀을 떠났다는 것이 전력 약화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빈 자리를 메워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무척 더디다는 점은 뼈아픈 지적이다.
이원석, 오재일 등 중장거리형 타자와 외국인 타자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려고 시도했지만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1차 지명 과정에서 꾸준히 투수 자원을 끌어 모았던 것도 장기적인 타선 약화 추세에 영향을 주었다. 똑딱이 타자만으로는 홈구장이 지닌 특성을 유리하게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팀 전력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짧은 기간 안에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삼성이 꿈꾸는 밝은 미래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서는 새로 영입한 코치들의 역할이 크다. 바야흐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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