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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트리플 클로저 구축한 삼성, 타선 보강 없인 왕조 재건 어렵다

by 푸른가람 202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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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승환과의 계약을 끝으로 오랜 진통 끝에 삼성 불펜진 구성이 마무리되었다. 새해 들어서도 재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아 삼성팬들의 애간장을 녹였지만 결국 레전드 오승환의 선택은 삼성의 푸른 유니폼이었다. 계약 조건은 2년간 총액 22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22억원)이었다. 낭설과 추측이 난무했지만 삼성으로선 해피엔딩으로 FA 시장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로서 삼성 라이온즈는 FA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691세이브 트리오를 확보하는 등  10개 구단 통틀어 양적인 면에서 가장 두터운 불펜진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2023년 시즌 오승환(4승 3패 30세), 김재윤(5승 5패 32세), 임창민(2승 2패 26세) 세 선수가 기록한 세이브만 해도 무려 88세이브에 이른다. KT와 키움에서 마무리 중책을 맡았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하며 오승환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 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은 과연 어느 선수가 클로저로 낙점될 지에 쏠리고 있다. 기록만으로 보자면 백중지세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교통정리를 해야 하겠지만 코칭스탭으로선 말 그대로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불안한 불펜 탓에 38번의 역전패를 당하며 경기 막판 다 잡았던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던 아픔이 많았기에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안타깝게도 이들이 삼성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오승환은 1982년생으로 추신수(SSG), 김강민(한화) 등과 함께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다. 키움을 떠나 삼성에 새 둥지를 튼 1985년생 임창민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데다 KT의 부동의 마무리였던 김재윤도 1990년생으로 벌써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다. 최전성기를 지나 언제 에이징커브를 맞을 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 장기적인 투수진 운영을 고려한다면 젊은 신인급 선수들의 성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불펜 보강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풀었다고는 해도 고민거리는 또 있다. 노쇠화된 중심타선과 성정세가 더딘 신인급 타자들로 꾸려진 타선 역시 왕조 재건을 노리는 삼성의 아킬레스 건이다.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던 오재일의 기록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겨우 2할대에 턱걸이한 타율(.203)과 11홈런 54타점은 그의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치였다. 홈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던 좋은 징크스도 슬럼프 탈출에 도움을 주진 못했다. 38세에 접어든 오재일이 절치부심해 부활에 성공할 지가 2024년 시즌 삼성라이온즈 공격력 강화의 관건이다.

그나마 강민호의 분전이 눈에 띄었다. 지난 시즌 강민호는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도 126안타 16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타율(.290)도 3할대에 근접하며 노익장(?)을 자랑한 셈이다. 시즌 내내 오재일이 극심한 부진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민호마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면 삼성 타선의 무게감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타격왕 경쟁을 펼쳤던 구자욱(타율 .336, 152안타 11홈런 71타점)이 삼성팬으로선 유일한 위안거리일 정도로 2023년 시즌 삼성의 공격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불펜에선 뚜렷한 전력 보강이 있었지만 이렇다할 공격력 강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맥키넌(타율 .259 15홈런 50타점) 선수를 영입하긴 했지만 피렐라의 대체 선수로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많은 전문가들이 극단적인 투고타저 리그인 일본에서도 수준급의 기록을 보여준만큼 빠른 국내 적응에만 성공한다면 삼성 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긴 하지만 특히 외국인 타자들의 성공 여부는 변수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굴비즈’로 불리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지찬(타율 .292 13도루), 김현준(타율 .275 119안타), 이재현(타율 .249 12홈런)을 비롯해 지난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선수에 깜짝 선발되었던 김성윤(타율 .314 20도루) 등 기대주들이 하루빨리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성장해 줄 필요가 있다. KIA에서 영입한 류지혁(타율 .268 26도루)이 지난 시즌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타팀에 비해서는 여전히 중량감이 확연히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김지찬은 내야 수비에서 송구 불안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고, 이재현은 일발장타력은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2021년 시즌 깜짝 반등 뒤에 두 해 연속 하위권으로 떨어진 삼성으로선 박진만 감독의 두번 째 시즌, 그리고 이종열 단장 부임 첫 해를 맞아 성과를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전력상 삼성을 5강권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구슬을 잘꿰어 값진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선수들과 코치진의 몫이다. 무수한 땀방울을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는 역시 성적으로 보여줘야만 한다. 삼성의 2024년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기대와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시즌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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