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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오리무중 오승환의 진로, 삼성의 앞날도 안갯 속이다

by 푸른가람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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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의 진로는 어디일까. 해가 바뀌고도 FA 오승환의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당초 원소속구단인 삼성과의 재계약에 의문을 품는 이는 드물었다. 삼성 왕조를 구축했던 레전드였기에 푸른 유니폼을 입지 않는 오승환의 모습을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해 668경기에서 400세이브(MLB 42세이브, NPB 80세이브 별도)의 대기록을 기록중이다.

계약이 미뤄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확한 출처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계약기간과 금액을 두고 삼성과 오승환 사이에 상당한 입장 차가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김강민의 사례처럼 오승환이 삼성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오승환에 우호적이었던 여론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팬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승환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2023년 시즌 클로저로서 불안한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던 오승환이다. 그 탓에 2군에 내려가는 수모도 겪었었고, 좀처럼 표정변화가 없는 그가 마운드에서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신체적인 능력에 한계가 올 수 밖에 없고 예의 돌직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승환은 특유의 돌직구 외에도 일본과 미국 무대까지 밟았던 경험을 토대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노련함을 갖추고 있다. 빠른 공의 구위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140km/h 대의 구속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의 부진은 전반적인 기량 저하가 아니라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이 크다고 오승환 스스로는 진단하고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잘 준비한다면 2024년 시즌에는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비치고 있다.

돈에 연연했던 모습도 아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하기도 했다. 물론 삼성 구단에서 알아서 적정한 몸값을 책정해서 자존심을 세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만 오승환이 돈 몇푼 더 받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최고라는 자존심이 있기에 최고의 모습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든다. 그의 진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원만한 소통이 없으면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다. 각자가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털어넣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다. KT의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영입한 데 이어 임창민과의 FA계약에도 성공하면서 삼성은 불펜을 두텁게 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기존의 오승환까지 무려 세 명의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셈이다. 투수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문제는 이들의 역할을 어떻게 부여할까 하는 것이다.

특히나 김재윤과 오승환의 관계가 묘해질 수도 있다. 철저하게 구위와 실력만으로 경쟁해야 할 일이다. 자칫 특정선수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실력과 동떨어진 보직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팀 성적은 물론이고 자칫 케미스트리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불펜진의 맏형 격인 오승환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력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잘 이끌어가는 모습에서도 모범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최악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오승환과의 계약 여부를 삼성은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23년 시즌 내내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로서 적정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 적이 많았다. 삼성의 마무리는 당연히 오승환이라는 믿음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오승환의 뒤를 이을 마무리 투수를 육성하지 못한 잘못이 크지만 지금이라도 세대 교체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김재윤도 1990년 생으로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다. 삼성의 관건은 완숙기에 진입한 완성형 투수를 거액에 영입할 것이 아니라 떡잎부터 남다른 '될성 부른 나무'를 발굴하고 육성해 내는 일이다. 그것이 장기적인 삼성의 투자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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