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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프로야구 삼성 구단의 알쏭달쏭 투자법

by 푸른가람 202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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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시즌을 앞두고 삼성라이온즈의 연봉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프로선수를 평가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연봉을 두고 선수와 구단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이 매년 펼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해외 전지훈련에 합류도 못 할 정도로 지연되거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된다면 서로에게 득될 일이 하나도 없다. 과연 쟁점은 무엇이고, 꼬인 실타래를 풀 방법은 없는 것일까.

먼저 구자욱의 지난해 성적을 살펴보자. 구자욱은 122경기에 출장해 127개의 안타와 1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빠른 발의 잇점을 활용해 도루도 10개를 넘겼다. 지표상으로만 보자면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비율을 따지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타율 .267, 출루율율 .327, OPS은 .771에 그쳤다. 2018년 성적에 비해 모든 부문에서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구자욱의 통산 성적[출처:스탯티즈]

WAR은 전년의 3.91에 비해 1.95로 급락했다. 물론 부상으로 출장 기회가 줄었던 측면도 있지만 신인왕을 차지했던 2015년 이후 이승엽의 뒤를 이을 삼성의 중심타자로 성장해 줄 것을 기대했던 구단과 팬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다섯 해 동안의 기록을 살펴보자면 그는 성장했다기 보다는 답보 상태에 있었고, 지난해에는 뒷걸음질 쳤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결국 성적 부진을 이유로 구단은 연봉 삭감의 칼을 쥐어들었고, 그로 인해 촉발된 갈등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연봉은 어떤가? 구자욱은 2015년에 8,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신인으로서는 거액을 거머쥔 셈이다. 구자욱에 대한 삼성 구단의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7년에는 드디어 억대 연봉을 돌파했다. 2억 5천만원으로 연봉이 인상됐던 2018년에도 3할3푼3리의 타율, 20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한해를 보냈던 그는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하기까지 했다. 결국 전년 대비 5천만원이 인상된 3억원에 연봉이 결정됐지만 구자욱이 구단의 결정에 고마워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라이온즈 구자욱 선수[출처:일간스포츠]

문제는 구자욱이 느꼈을 서운함이 아니었을까. 비슷한 시기에 입단하며 국내 프로야구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또래들, 팀에서 동고동락하는 동료들이 자연스레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전년 대비 10% 삭감된 구단의 제시액에는 스타들이 모두 팀을 떠난 이후 간판 타자로서 팀을 이끌어가야 했던 구자욱의 부담감과 노력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액수는 겨우 3천만원이다. 구자욱은 지난해 성적이 부진했던 것은 맞지만 그동안 팀에 기여했던 것을 인정해 동결 수준에서 마무리하길 바라고 있지만 삼성 구단의 입장은 완강하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이후 팀 재정이 과거처럼 넉넉하지 않다는 소리도 흘러 나온다.

그러나 프로 구단 아닌가. 돈을 쓸 땐 제대로 써야 한다. 지난 몇년 동안 FA 계약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으면서도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라면 그 지향점이 틀렸다. 장효조, 이만수, 양준혁, 이승엽 이후 삼성 타선을 이끌어갈 프랜차이즈 스타와 소득없는 샅바 싸움만 계속 하기에는 갈 길이 바쁘다. 명가재건이 헛된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삼성 구단이 입증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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