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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 남았다 - 삼성 vs SK 한국시리즈 5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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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끝판대장이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이 오승환을 앞세워 SK에 진땀나는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 2연패에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10월의 마지막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삼성은 선발 윤성환 6이닝 1실점 호투와 불펜 투수진의 역투 속에 2-1, 한점차 짜릿한 승리를 올렸다.

삼성의 5차전 승리는 짜임새 있는 수비와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은 1회 공격에서 정형식과 이승엽의 연속 안타로 만든 2사 1, 3루 챤스에서 박한이가 SK 선발 윤희상과 치열한 승부를 펼친 끝에 폭투를 얻어내며 귀중한 선취점을 뽑았다. 지난 1-4차전에서 선취점을 얻었던 팀이 모두 승리했던 징크스가 결국 이날 경기에서도 여지없이 효력을 발휘했다.

▲ 절치부심한 이승엽, 공수주에서 만점 활약..

4차전에서 어이없는 주루 실책을 범하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이승엽은 공격과 수비는 물론, 주루에서도 제 능력을 100% 이상 발휘했다. 1회에는 간결한 스윙으로 윤희상에게 우전 안타를 얻어내며 정형식을 3루까지 진루 시켰고, 정형식은 박한이 타석때 홈을 밟으며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3회 공격 때에는 이승엽의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1사 이후 우전안타로 출루한 이승엽은 곧이은 최형우의 우전 안타 때 SK 우익수 임훈이 타구를 더듬는 틈을 놓치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렸다. 2루로 뛰면서 상대 우익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노련한 플레이로 4차전에 임훈에 당했던 주루사의 아픔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이승엽은 이어 5번 타자 박한이의 유격수 땅볼 때 SK 유격수 박진만이 홈 송구를 주저하는 사이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 들어 이날 경기의 결승점을 뽑아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이 뽑은 점수는 모두 이승엽의 배트와 발을 통해서 이루어졌고, 물샐 틈 없이 촘촘했던 SK의 수비진의 빈 틈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 전혀 SK답지 않았던 경기, SK의 패배는 당연한 결과

반면, SK는 삼성보다 하나 더 많은 안타를 치고도 챤스에서 적시타가 터져주지 않아 답답한 공격을 펼쳐야 했다. 삼성 선발 윤성환에 초반 세 이닝을 꽁꽁 묶였던 SK 타선은 4회 들어 기지개를 켰다. 2번 타자 박재상의 내야 안타가 그 신호탄이었다. 이어 최정과 이호준의 연속 안타가 이어지며 1-2, 한점차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계속된 무사 1, 2루 챤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은 10월의 마지막 날에도 결국 부진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박정권의 보내기 번트 타구는 삼성 3루수 박석민의 기민한 플레이에 막혀 선행주자 죄정이 3루에서 횡사하고 말았다. 경기 분위기를 한순간에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챤스를 놓쳐버린 셈이었다.

곧이어 김강민의 병살타성 타구를 삼성 2루수 조동찬이 1루에 악송구를 했지만 이승엽이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이승엽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또한번 SK의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던 상황에서 이승엽의 집중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SK는 2사 1, 3루 챤스에서 기습적인 더블 스틸을 노렸지만 3루 주자 이호준의 어설픈 주루 플레이로 기회를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2루 베이스 쪽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한 채 홈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삼성 야수진의 런다운 플레이에 걸려 아웃된 장면은 SK 이만수 감독으로선 땅을 칠만큼 아쉬운 순간이었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SK 타선은 7회와 9회에도 막강 삼성 마운드를 공략했다. 7회 첫 타자 승부까지가 한계로 여겨졌던 윤성환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이호준에게 우월 2루타를 허용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자 삼성 덕아웃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어 박정권의 번트 타구가 행운의 야수 선택으로 이어지며 SK는 무사 1, 2루 챤스를 이어 나갔다.

이때 류중일 감독은 안지만을 등판시켰다. 3차전에서 김강민에게 쐐기 쓰리런 홈런을 얻어 맞으며 패전의 멍에를 썼던 안지만은 원래의 위력을 되찾았다. 안지만은 위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피칭으로 SK 타선을 봉쇄했다. 김강민과 박진만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대타로 나선 이재원마저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 연이은 보내기 번트 실패가 이만수 감독의 소심함을 불렀다.

SK의 7회 공격은 벤치의 소심함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4회 보내기 번트 실패에 이어 7회 박정권의 번트 시도 역시 사실상 무위로 끝난 셈이었다. 거듭된 번트 실패와 삼성 야수진들의 압박에 자신감을 잃은 SK 이만수 감독은 김강민 타석에서 보내기 번트 대신 불가피하게 강공으로 선회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2-1로 앞서던 8회 2사 상황에서 등판한 끝판대장 오승환은 첫 타자 박재상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일주일만의 등판에도 불구하고 건재를 과시했다. 오승환의 등판으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는 거의 확실해 보였지만, 9회초 SK의 마지막 공격에서 또한번의 반전 드라마가 씌어졌다. 선두 타자로 나선 최정이 오승환의 빠른 공을 통타해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을 맞추는 3루타를 쳐낸 것. 순간 잠실구장은 1루측 SK 팬들의 환호성과 3루를 가득 메우고 있던 삼성팬들의 충격과 탄식이 교차했다.

외야 플라이 한방이면 경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SK 선수들의 집중력이 조금 모자랐다. 곧이은 이호준의 내야 땅볼 타구에 3루 주자 최정이 홈으로 쇄도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비록 삼성 내야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지만 유격수 정면 타구가 아닌 2루 베이스쪽으로 흐르는 타구였기에 홈 승부가 승산이 있었다.

절체절명의 고비를 넘긴 오승환은 싱싱한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김강민과 박진만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길었던 한국시리즈 5차전 승부를 마무리했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1차전 승리에 이어 한국시리즈 2승을 신고했고 오승환도 2세이브째를 올리며 역대 한국시리즈 통산 세이브 숫자를 '8'로 늘였다.

이날 5차전 경기는 삼성이 잘해서 이겼다기 보다는 SK의 빈틈이 많아서 스스로 무너진 경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SK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다시 벼랑 끝에 서게 된 SK가 다시 전열을 재정비해 총공세에 나설 수 있을 지 한국시리즈 6차전이 주목된다. 양팀은 6차전 선발 투수로 2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장원삼(삼성)과 마리오(SK)를 각각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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