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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룬 삼성의 '숨은 MVP'는 윤성환과 장원삼!

by 푸른가람 201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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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우승 이후 10년만에 다시 밟은 가을 잔치에서 이승엽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의 영예를 차지하며 최고 스타다운 활약을 펼쳤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타율 3할4푼7리 1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MVP 선정을 위한 기자단 투표에서 71표 중 47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10월 24일 대구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이승엽은 SK 선발 윤희상으로부터 1회 선제 투런 홈런을 빼앗아내며 팀의 3-1 승리를 이끈데 이어, 11월 1일 6차전에서도 4-0으로 앞서던 4회 2사 만루 챤스에서 채병용을 상대로 주자를 모두 불러 들이는 큼지막한 싹쓸이 3루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물론, 이승엽이 한국시리즈 MVP에 오를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좌우하는 1차전에서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올린데다, 5차전에서는 2루수 조동찬의 악송구를 몸을 날리며 잡아내 자칫 경기 흐름이 SK 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위기를 막아낸 공로도 혁혁하다.


하지만 이승엽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 등극은 다분히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에서의 선수 생활을 마치고 고국에서 복귀한 첫해 맞이한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며 솔선수범한 모습을 기자들은 평소 눈여겨 봐왔고, 큰 경기에서 이승엽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이승엽이라는 큰 산에 가리긴 했지만 이번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선수들은 많다. 정규시즌의 부진을 딛고 한국시리즈에서 리드 오프의 중책을 맡아 4할대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던 배영섭과 2, 3차전에서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힘의 우위를 과시했던 최형우 역시 그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역시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결코 만만찮은 SK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삼성 투수들의 공로를 가벼이 볼 수 없다. 특히 그 어느 경기보다 심리적 중압감이 컸을 1차전과 5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두 경기 모두 승리를 따낸 윤성환과 역시 2, 6차전에서 선발승을 기록하며 SK 타자들을 꽁꽁 묶었던 장원삼의 활약은 그 중에서도 유독 돋보인다.


▲ 1, 5차전 선발승 따낸 KS 에이스 윤성환, 정규시즌 10승 달성 실패의 아쉬움 달랬다.

시즌 도중의 햄스트링 부상 탓에 삼성 선발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0승 달성에 실패했던 윤성환은 한국시리즈에서 그 아쉬움을 맘껏 달랬다. 당초 예상과 달리 10월 24일 홈구장에서 1차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윤성환은 5⅓이닝 4피안타 1사사구만을 내주는 안정적인 피칭으로 팀에 귀중한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를 안겼다.

팀이 2-0으로 앞서던 4회 수비에서 SK에 1점을 내주긴 했지만 포수 이지영의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점이었다. 탈삼진 갯수는 2개에 불과했지만 무리하게 힘을 앞세우기 보다는 위력적인 커브로 SK 타자들을 유인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마스크를 쓴 포수 이지영과의 호흡도 좋았다. 윤성환 덕분에 삼성은 이지영이라는 좋은 포수를 얻게 됐다.

3차전에서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4차전까지 내주며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다시 한번 팽팽히 맞서게 된 5차전 선발 투수의 중책도 윤성환의 몫이었다. 윤성환이 경기 초반을 잘 막아내지 못했더라면 기세가 오른 SK 타선의 화력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윤성환의 활약은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5차전 역시 1차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윤성환과 윤희상의 리턴 매치로 막이 오른 5차전에서 삼성은 1회와 3회 각각 1점씩을 뽑으며 2-0으로 앞서 갔지만, 역시 4회 SK에 1점을 내주며 한점차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 나갔다. 윤성환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6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고, 이어 권혁 - 안지만 - 오승환이 이어 던지며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윤성환은 11⅓이닝 9피안타 1사사구로 역투하며 단 2실점(1자책)으로 SK 타선을 봉쇄했다.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도 0.79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삼성 선발진 가운데 정규시즌에서 가장 안정적이었던 윤성환을 한국시리즈 제1선발로 낙점했던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 다승왕의 자존심 지켜낸 장원삼, 아시아시리즈에서 20승 채운다.

페난트레이스에서 17승(6패)을 올리며 생애 첫 다승왕에 올랐던 장원삼이었지만 세간의 평가는 냉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발 투수의 덕목인 QS 피칭 횟수와 평균자책점에서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던 탓이다.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장원삼을 2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하면서 '에이스'를 2차전에 투입하는 편이 낫다는 그만의 지론을 펴기도 했지만, 장원삼에 대한 평가 또한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대목이었지만 장원삼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통해 2012년 정규시즌 다승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장원삼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SK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와 맞대결을 펼쳐 6이닝 2피안타 2사사구로 1실점을 내주는 호투로 팀에 2연승을 안겼다. 탈삼진도 7개나 뺏어낼 정도로 그의 공에는 힘이 넘쳤다.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투구감을 유지하던 장원삼의 호투는 6차전에서도 계속됐다. 빠른 공의 스피드는 2차전과 비슷했지만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각은 더욱 더 예리해졌다. 장원삼은 1회 선두타자 정근우를 파울 플라이로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4회 2사 이후 최정에게 이날 경기의 유일한 피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11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1회 선취점에 이어 4회 6점을 추가한 팀 타선의 화끈한 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 장원삼은 7회까지 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무실점으로 지켜냈다. 한국시리즈 2, 6차전에서 13이닝 3피안타 2사사구로 1실점만을 내주는 최고의 피칭이었다.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낸 장원삼의 평균자책점은 0.69에 불과했고 탈삼진은 무려 16개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MVP 기자단 투표에서 장원삼은 71표 중 10표를 얻어 2위에 올랐고, 윤성환이 8표를 얻어 그 다음을 차지했다. 기자들의 손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이승엽을 들어 주었지만,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 위업 달성에는 4승을 합작한 선발투수 윤성환과 장원삼이라는 숨은 MVP의 활약이 절대적이었음을 야구팬들은 기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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