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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14

섬진강 따라 십리벚꽃길의 꽃비에 취하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은 이름난 벚꽃 명소입니다. 오래전 이 곳을 찾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 물결에 진저리를 치며 차를 돌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테니 좀더 호젓하게 호사스러운 꽃구경을 하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벚꽃이 만개하길 기다려 새벽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아쉽게도 하늘은 파란 빛을 내어주질 않았지만 무심히 낀 안개가 오히려 분위기를 신비롭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흥청망청 분위기에 들뜬 관광버스의 행렬도 보이질 않아 벚꽃의 향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로 지나며 벚꽃 터널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사진으로 남기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고 하는가.. 2023. 3. 18.
배롱나무꽃의 붉은 빛으로 더욱 아름다운 병산서원 역시 여름을 빛내주는 것은 배롱나무꽃이다. 온통 녹음이 짙어가는 밋밋한 여름 풍경 속에서 배롱나무꽃의 붉디붉은 빛은 확실히 돋보인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과 온 산하가 울긋불긋 타오르는 가을 단풍을 이어주는 고마운 꽃이다. 하루 이틀 몰래 피었다 지는 것도 아니고 무려 백일 동안이나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니 얼마나 대견한가. 명옥헌원림에 배롱나무꽃이 만개했다는 소식만을 목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8월 초는 지나야 할 것 같다는 예상이다. 봄꽃 소식은 남도에서부터 전해지건만 배롱나무꽃은 좀 다른가 보다. 우리 지역엔 벌써 한참 전부터 활짝 피었는데 담양은 조금 느린 듯 하다. 기다림이 조금 지겹긴 해도 그 끝에 멋진 절경을 보여주리라 기대해 본다. 배롱나무꽃을 보려 굳이 멀리갈 필요는 없다. 근.. 2013. 7. 28.
먼 데서 바람 불어 와 운주사 와불님 뵙고 돌아가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 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풍경소리 울리는 운주사를 찬찬히 걸으며 천불천탑 속에 담겨진 민초들의 소망을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2013. 6. 16.
무수한 바람들은 쉼없는 바람에 흔들리고 황금빛으로 번쩍이던 향일암 당우가 불타 무너졌다한들 사람들의 무수한 바람들은 오늘도 쉼없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2013. 6. 15.
경주의 봄 몇 해의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다. 계절은 무한히 되돌아 오지만 떠나간 사람의 체취와 샛노란 유채꽃만 남았다. 2013. 6. 14.
떠나고 나니 그립구나 바람 잦아든 봄날 저녁이면 삼각대에 카메라 얹어두고 날이 저물길 기다렸다. 경주, 떠나고 나니 그립구나. 2013. 6. 13.
들꽃들이 손 흔들어 주던 산길이 그리워지겠지 남들은 차 타고 편하게 오르는 이 길을 몇시간의 새벽 산행 끝에 올랐다. 숨을 헐떡거리며 기다렸던 일출은 말 그대로 찰나였다. 으스름 달빛 속 이름 없는 들꽃들이 손 흔들어 주던 산길이 그리워지겠지. 2013. 6. 12.
그 풍경 속으로 다시 가고 싶다. 시원스럽고 상쾌한 전나무숲길 너머 거칠 것 없던 물소리가 울려 퍼지던 그 풍경 속으로 그 시간 속으로. 2013. 6. 10.
잊기 위한, 잊혀지기 위한 성산 일출봉의 해돋이와 섭지코지에서 맞이한 일몰. 고깃배도 바다를 등지고 항구로 돌아가는 시간 제주도의 하루가 저문다. 잊기 위한, 잊혀지기 위한 탐닉의 시작. 2013. 6. 9.
절이 흥해야 나라가 흥한다는 영취산 아래 흥국사 사진만으로 봤을 땐 여수 시가지 어느 곳의 나트막한 산 속에 들어앉아 있는 절일 거라 생각했었다. 흥국사는 몇해 전부터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인데 이런저런 핑계로 이번에서야 찾아 나서게 됐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수많은 공장들이 들어 서 있는 여수산업단지를 지나야 한다는 것이 이채로웠다. 말로만 듣던 영취산 아래에 흥국사가 있었다. 해마다 봄이면 온 산이 온통 붉은 진달래로 장관을 이룬다는 영취산이 바로 이곳이었다니. 때마침 이날 영취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모양이었다. 절 입구에서부터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고, 일주문 앞에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어서 기대했던 산사의 고요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시간이 좀 일러서인지 다행히 찾는 이가 많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활짝 피어난 봄꽃을 찾아 다니며 봄을 만끽한다지.. 2013. 4. 21.
희고 붉은 연꽃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완주 송광사 송광사를 다녀 온 지도 벌써 반년이 훨씬 지났다. 송광사 하면 흔히들 순천 조계산에 있는 승보사찰 송광사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전북 완주의 종남산 산자락 아래에도 이에 못지 않는 훌륭한 사찰이 있으니 그 이름 또한 순천의 그것과 한자까지 똑같은 송광사(松廣寺)다. 아마도 송광이란 이름이 좋아 이렇듯 여러 절에서 이름으로 쓰고 있는 듯 하다.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완주 송광사의 원래 이름은 백련사였으며 신라 경문왕 때 도의선사가 세웠다고 한다. 창건 당시에 이 절의 규모는 무척 커서 일주문이 사찰 경내로부터 3km 밖에 세워졌을 정도였으며 무려 800동의 당우와 600여명의 승려가 수행을 했다고 하니 능히 그 위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송광사는 아담하니 위압스럽지 않아 좋다. 처음 .. 2013. 2. 28.
겨울의 한가운데, 병산서원에 잠시 머물다 상상하거나 기대헀던 모습은 아니었다. 하얀 눈 속에 포근하게 담겨진 병산서원을 마음 속으로 그려봤었지만 며칠 계속된 따뜻한 날씨에 쌓였던 하얀 눈밭은 어느새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가려져 있을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이 비단 눈 속 풍경만은 아니겠지만 눈이 녹아내릴 때처럼 추한 모습도 또 흔치 않다. 앞서 걷는 연인들의 투닥거림에 신경이 쓰인다. 질퍽한 길을 걷기 싫어하는 마음이 걸음걸이에서부터 느껴지는 아가씨의 끊임없는 불평이 남자 친구에게는 그저 귀여운 투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하다. 이런 좋은 곳에 놀러 와서 싸우고 가면 안되지. 오지랖 넓은 참견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들어간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또 눈 맞추며 사랑을 재잘거릴 그들이 아니던가. 여느 때처럼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 밑에 다다른다. .. 2013.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