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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은 이름난 벚꽃 명소입니다. 오래전 이 곳을 찾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 물결에 진저리를 치며 차를 돌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테니 좀더 호젓하게 호사스러운 꽃구경을 하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벚꽃이 만개하길 기다려 새벽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아쉽게도 하늘은 파란 빛을 내어주질 않았지만 무심히 낀 안개가 오히려 분위기를 신비롭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흥청망청 분위기에 들뜬 관광버스의 행렬도 보이질 않아 벚꽃의 향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로 지나며 벚꽃 터널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사진으로 남기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이때만 해도 봄, 가을이면 어딘가로 떠나야만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봄이면 남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을 따라 앞다퉈 피어나는 꽃들을 카메라에 담았고, 가을이면 만엽홍산의 진풍경에 매혹되었습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갔지만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은 이렇게 남아 봄날 저녁의 춘흥을 돋워 줍니다. 십년 전의 나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즐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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