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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절이 흥해야 나라가 흥한다는 영취산 아래 흥국사

by 푸른가람 201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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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으로 봤을 땐 여수 시가지 어느 곳의 나트막한 산 속에 들어앉아 있는 절일 거라 생각했었다. 흥국사는 몇해 전부터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인데 이런저런 핑계로 이번에서야 찾아 나서게 됐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수많은 공장들이 들어 서 있는 여수산업단지를 지나야 한다는 것이 이채로웠다.

 


 


 


말로만 듣던 영취산 아래에 흥국사가 있었다. 해마다 봄이면 온 산이 온통 붉은 진달래로 장관을 이룬다는 영취산이 바로 이곳이었다니. 때마침 이날 영취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모양이었다. 절 입구에서부터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고, 일주문 앞에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어서 기대했던 산사의 고요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시간이 좀 일러서인지 다행히 찾는 이가 많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활짝 피어난 봄꽃을 찾아 다니며 봄을 만끽한다지만 나는 이맘때 연녹색으로 돋아나는 싱그러운 이파리에서 봄날의 생기를 느끼고 감동을 받게 된다. 그 긴 겨울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가 봄이 오면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생명의 경이로움을 일깨워주는 자연이야 말로 세상 그 무엇 보다도 위대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다.

 


 


 


흥국사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다. 빛이 좋지 않아서 사찰 풍경을 제대로 담아 올 수 없어 아쉬웠지만 푸른 하늘 아래 싱그러운 봄기운으로 물이 오르고 있는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음에 올 때는 서쪽 산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늦은 오후 쯤이 좋을 것 같다.

 


 


 


 


 


고려시대에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고 하는 흥국사에는 예로부터 "나라가 흥하면 이 절이 흥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한다. 어찌됐건 나라가 잘 되려면 우선 이 절부터 잘 되어야 한다는 얘기니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흥국사가 흥성하길 기원해야 하겠다.

 


 


 


 


 


 


 


절의 배치는 여타의 사찰과 마찬가지로 절의 본전인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사천왕문과 봉황루, 법왕문을 지나면 대웅전을 만나게 되고, 대웅전 위에는 팔상전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경사지에 일직선으로 배치되고 있는 다소 단순한 구조이고, 대웅전 좌우로 적묵당과 심검당을 거느리고 있다.

 


 


이 절 역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는 동안 수많은 승병들이 왜적과 싸웠던 호국불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래저래 흥국사라는 절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씩 울리는 풍경 소리와 절을 오르내리는 그리 길지 않은 숲길의 정취가 기억에 남아 있는 흥국사와의 짧은 만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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