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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257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일본의 유명한 사진가라고 하는데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매개체를 가진 이 일본 작가의 책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아마도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라는 제목의 영향이 컸다. 일본에서 출간된 원저의 제목은 '코스모스 그림자 뒤에는 늘 누군가 숨어 있다'인데 이 역시도 무척 인상적이긴 하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읽는 스타일의 책이다. 사진을 매개로 한 일상의 삶을 관조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의 글. 이 책에는 모두 열 네편의 글들이 실려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글들이 일본에서는 한 무가지(無價紙)에 연재되었던 글이라는 것이다. 지하철 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허술해 보이는 잡지나 신문에 이런 주옥같은 글들이 실려있었다는 게 어울리지는 않아 보인다. 책에 .. 2011. 7. 31.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최갑수를 생각하면 늘 루앙 프라방이 떠오른다.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2년쯤 전에는 지구상에 그런 도시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을 시작으로 최갑수의 책을 여러권 읽고나서는 '최갑수 = 여행 = 루앙 프라방' 이라는 등식이 저절로 성립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곤 한다. 아마도 지금 그는 우기의 루앙 프라방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어야 하는 치욕과, 밥을 벌어야 하는 숭고함 사이에서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자신을 위로하면서. 그리고 삶이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메콩강가에 지는 붉은 노을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그에게서 나의 또다른 모습을 찾는다.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라는 제목이 독특하다. 설마 구름 그림자의 속도가 시속 3km에 불과.. 2011. 7. 26.
나를 위한 여행 테라피, 사찰여행 42 까닭 모를 절에 대한 이끌림으로 선택한 책이다. 올해초에 소설가 정찬주가 남도의 작은 절 마흔 세곳을 소개한 '절은 절하는 곳이다'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나를 위한 여행 테라피라는 부제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은 지은이 유철상이 10년간 다녀본 절집 가운데 마흔 두곳을 소개해 놓았다. 여행전문기자라는 지은이의 전력이 책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42곳의 사찰들은 대부분이 일반인들에게도 꽤나 많이 알려진 명찰들이다. 제일 먼저 차례를 펴보니 마음, 휴식, 수행, 인연, 여행의 다섯 편으로 이어진 사찰들 중에서 나의 발길이 닿은 곳도 꽤 되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열 세곳의 절집에 먼저 눈길이 갔다. 책의 순서를 무시하고 우선은 발길이 닿지 않.. 2011. 7. 25.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이라는 사람을 처음 본 것은 십여년쯤 전이었다. 그 무렵 그는 대구 번화가의 어느 쇼핑몰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이벤트의 MC를 맡고 있었다. 첫 대면에서부터 그느 여느 진행자와 다르게 느껴졌었다. 구수한 입담과 물 흐르듯 자연스런 진행은 절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아~ 이 사람, 조만간 서울로 진출하겠군' 모두의 예감대로 그는 몇년 후 서울 입성에 성공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라는 지상파 TV 음악방송에 얼굴을 내비친 것이었다. 철저한 무명이었던 그가 단박에 연예계에 진출해 갖가지 어록을 남기며 대중의 큰 인기를 한몸에 받았으니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할 수 밖에. 그는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인이다. 남을 행복하게 하려면 우선은 스스로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2011. 7. 24.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행복을 찾고 싶었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이 책 속에 있는 행복을 조금이라도 나눠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제목만 보고서 구입하게 된 것이 바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라는 책이었다. 그렇게 무작정 책만 사놓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3월의 어느날.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는 충청도 땅으로 떠났다. 여행지에서의 첫 날 꽤 야심한 시각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귀에 익은 목소리에 빠져 들었다. 꽁지작가 공지영의 목소리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난 이렇게 책 보다도 TV 프로그램을 통해 지리산 행복학교를 먼저 접하게 됐다. 덕분에 나중에 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과 장소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 고알피엠 여사, 최도사 등등 .. 2011. 7. 18.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정말 아쉽군요. 이것을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은 막을 내리는 건가요? "아뇨.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는 거죠." 아침이 오면 당신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법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만나게 되는 글들이다. 읽고 또 읽다보면 긴 여운이 남는 글이기도 하다. 어차피 인생 자체가 긴 여정이다. 굳이 어딘가를 향해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매일매일 인생이라는 이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갑수의 말처럼 좀더 열심히, 맹렬히 살기 보다는 나를 좀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여행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장소, 그리고 내가 심히 공감하는 글이 있어서 좋다. '가을로'라는 영화는 내게.. 2011. 4. 28.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텐데 정말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누군가 모질게도 그리운 바로 그 사람이 지금 걷고 있는 골목 끝에 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마음을 담은 이 책은 여행작가 최갑수가 전국의 골목 스물 네 곳을 1년간 여행하고 난 후의 감상과 사진을 정리해 펴 낸 여행 산문집이다. 나도 어느새 최갑수의 팬이 되고 말았다. 우연찮게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을 읽고 난 후 이 책이 벌써 세번째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최갑수란 이름 석자를 전혀 알 수도 없던 내게 이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년에 책 한권 읽는 게 쉽지 않았던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펴들고 있는 내 모습에 감동하고 있다는 걸 그 사람도 알고 있을까. 골목. 어릴 적만 해도 참 친근한 공간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던 곳이 집이 아.. 2011. 4. 27.
진보집권플랜 - 다시 희망을 보다 진보집권플랜이라는 다시 거창한 제목의 책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간의 7개월에 걸친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단숨에 마지막 장을 넘기게 할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사회와 경제 민주화, 교육, 남북문제, 권력 등 다소 무겁고 포괄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뭔가 손에 잡히는 시원스러움이 느껴져 좋았다.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나는 진보의 편에 서 있는가, 아니면 보수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가. 이 단순한 질문에도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 탓에 진보를 꿈꾸기도 하다가 바로잡을 수 있는 힘과 열정의 부재에서 오는 무기력함에 보수의 안락함에 젖어들기도 하는 것이 나, 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모습이 .. 2011. 4. 20.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책장을 넘기니 작은 스티커가 눈에 띈다. 생신을 축하합니다. 2009년 10월 OOO 이라고 적혀 있다. 햇수로 2년이 된 책인데 우연찮게 이번에 손에 잡힌 덕분에 짬짬이 시간을 내 다 읽게 됐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매년 생일마다 책을 한권씩 선물로 주곤 하는데 2009년 생일 선물로 내가 이 책을 골랐던 이유가 잘 생각나지는 않는다. 솔직히 어런 류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자기계발 혹은 인생의 지침이 되는 책들은 왠지 잔소리처럼 들린다. 누구나 다 아는, 도덕 교과서에 나올만한 이야기들을 반복하는 것이 내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살다보니 또 어떤 때는 이런 이야기도 필요할 때가 있다. 머리로는 다 이해되는 것들이지만 마음이.. 2011. 4. 6.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 추신수라는 이름은 내게 참 익숙하다. 나 뿐만 아니라 야구를 왠만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20년 동안 치고 달리고 던지고, 온통 야구에만 푹 빠져 살던 부산 사나이 추신수가 이번에 책을 펴냈다.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추신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인생이 그러하듯 그 속에는 화려했던 영광의 기억도 있을 것이며, 홀홀단신 미국으로 떠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고통스러웠던 시절의 아픈 기억도 있다.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글을 통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동안 만리타향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에 홀로 견디며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뚜벅뚜벅 걸어왔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감히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 .. 2011. 4. 6.
'남한산성'에서 병자년 매서운 추위를 느끼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한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마치 내가 수백년의 세월을 거슬러 병자년 그 매섭던 추위 속에 내동댕이 쳐진 것만 같은 애처로움이라고 할까. 작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국사를 배운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병자호란, 그리고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역사적 아이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오랑캐라 멸시하던 수십만 외적에 국토를 유린당하고 인조 14년(1636) 12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궁벽한 남한산성에 갇힌 임금과 신하들, 그리고 혹한의 추위 속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참으며 성을 지켜야 하는 군사들과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민초들. 지위 고하를 떠나서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한없이 가여운 존재들이다. 그 참담한 심정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전쟁에 이길 .. 2011. 3. 28.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서른 살. 참 묘한 나이다. 인생에서 30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 무렵에 괜시리 마음이 서글프지고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을 다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 후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 세상살이에 발을 들여놓는 시기가 이십대 후반 무렵이다. 이를테면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시기라고 봐야 할까.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라는 책을 지은 김동영이란 사람 역시 나이 서른에 무모한 미국 여행을 떠난다. 음반사에 취직해 공연 기획을 하다 가수 매니저로, 작사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는 방송작가로 일하던 방송국에서 "이제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분주하거나, 혹은 좌절.. 2011.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