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즐거움257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야___, 저 소리를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가는 방법은 없나. 이 짧은 한마디가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음을 울린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편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속 운문사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운문댐 건설로 인해 수몰지역 철거가 한창 진행중이던 1992년에 운문사 인근의 한 중학교 교정에서 울려 퍼지던 브라스밴드가 텅 빈 대천리 마을 하늘에 장송곡 가락처럼 길게 퍼지던 그 장면이 그려진다. 내가 운문사 가는 길에 운문댐을 가 봤던 것이 불과 십수년 전의 일이었으니 미처 그보다 몇 해 전에 벌어졌던 가슴 아픈 역사를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저 원래부터 이 자리에 댐이 있었던 것이려니 무심코 보아 넘겼고, 푸르디 푸른 호수의 장관에 그저 시선을 빼앗겼던 그때의 무심함이.. 2011. 11. 5.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늘 책장에 꽃혀 있던 책을 무심코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제목이 참 마음에 듭니다. 행복하라. 이것은 말 그대로 명령입니다. 따라야만 하는, 그리고 따르고 싶은 절대자의 명령입니다. 지난 2010년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잠언을 류시화 시인이 엮은 이 책에는 가난한 우리의 영혼을 맑게 정화시켜 주고, 풍요롭게 만드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잠언이란 경계가 되는 짧은 말이나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책 속에는 법정 스님이 3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써 온 글과 법문에서 가려 뽑은 주옥같은 글들이 가득 합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한편 한편 읽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며 절로 반성하게 하더군요. 남들과 비교해 물욕이 넘치는 것 같지는.. 2011. 11. 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유홍준 교수는 이십년 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 첫 권을 발간하면서 남도답사 일번지로 전남 강진과 해남을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2권에서 전북 부안을 두고 남도답사 일번지로 많은 고민을 했음을 고백하고 있지만 내가 직접 가 봤던 느낌으로도 강진과 해남이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사실 강진과 해남이라는 땅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주역이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역사에서 배웠던 바로는 조선시대 유배지 중 한 곳으로 이름을 남기긴 했지만 수천여년 민족사의 영광스런 중심에 서지 못하고 그저 변방에 불과했던 곳이었지만, 한편 그로 인해 지금껏 자연 그대로의 멋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십년을 살아왔던 경상도 .. 2011. 10. 22.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묻다 개인적으로 '최고'였다고 생각하는 두 편의 드라마가 있다. 질곡의 우리나라 현대사를 다뤘던 '모래시계'가 그 중 하나요, 철조망 너머 애처롭기만 하던 대치와 여옥의 키스신을 남겼던 '여명의 눈동자'가 또 하나다. 단순한 드라마 이상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극의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꺼리'를 많이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당시에 어떻게 그런 진보적(?)이고 파격적인 주제를 다룬 드라마가 방영될 수 있었을까 신기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모래시계야 문민정부 출범 이후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명의 눈동자' 방영 당시만 해도 아직은 군사정권의 잔재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 정국에 이르는.. 2011. 10. 8.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6권 - 인생도처유상수 사진, 돌아다님, 오래된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초판이 나온 지 이십여년이 되어 가는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이지만 오랜 공백 끝에 제6권이 '인생도처유상수'라는 알듯 말듯한 부제를 달고 나왔다. 무엇보다도 우뚝 솟은 황매산을 배경으로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영암사터 쌍사자 석등의 모습이 시선을 이끈다. 그 오랜 세월을 비바람에 깎이고 씻겨나갔지만 그래서인지 더 애잔하고 더 정감이 가는 느낌이다. 석등과 석탑이 지닌 조형미도 말할 것이 없겠거니와 그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황매산을 차경으로 삼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 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덕분인지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몇몇 곳은.. 2011. 9. 13.
산사의 숲을 거닐다 - 108 사찰 생태기행 전국의 이름난 사찰들을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절이 좋은 이유는 오래된 절집이 주는 안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에 이르는 아름답고 풍성한 숲길이 주는 상쾌함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명한 절집을 소개하는 책들을 검색해 보다 눈에 띈 것이 바로 '산사의 숲을 거닐다' 라는 이름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찰생태연구가라는 다소 생소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대표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찾아다닌 수많은 산사의 숲 가운데 108 군데를 고르고 골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서문에도 나와 있듯 이 책은 단순히 절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글은 아닙니다. 우리의 자연을 사랑하고 산사의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경상도로부터 시작해 전라도,.. 2011. 8. 24.
문재인의 운명 - 강물이 되어 다시 만나기를 흔히들 쉽게 운명이란 말을 하곤 한다. 운명적인 만남, 운명적인 사랑 이렇게 말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운명이란 단어를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운명은 우리들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운명이란 말은 인간들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책을 펴냈다. 요즘 그는 차기 대권주자의 한명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언론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이사장이 박근.. 2011. 8. 23.
이덕일의 역사 사랑(舍廊) 역사라고 하면 따분하거나 골치 아픈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다. 아마도 학창시절에 백제의 사비 천도는 몇년, 신라의 삼국통일은 몇년, 갑오경장은 몇년..이렇게 주입식 국사 교육으로 암기만 하다 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사실 역사라는 건 우리가 이 땅에 오기 이전의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가 어릴 적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들었던 재미난 옛날 이야기들이 모두 역사일 것이다. 물론 힘없는 민초들의 삶의 이야기가 역사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다. 우리가 세계사나 국사라는 과목으로 배워왔던 역사는 힘있는 권력자나 제왕들의 이야기, 그리고 끊임없는 정복과 수탈의 과정이었으니까. 역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이덕일의 역사 사랑이라는 책은 독특하다. 어떤 특정의 주제에 .. 2011. 8. 15.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아이디어가 번쩍 떠오를 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사진은 '아이디어'다. 사진은 시간의 밖에서 온 '아이디어'다. 사진은 눈으로 보여진 통찰이다. 인텔리전스(inteligence)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사진은 형식과 내용을 분리할 수 없다. 형식과 내용은 동시에 발생한다. 사실, 그 둘 사이엔 어떤 차이도 없다. -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中 이 책의 부제는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이다. 사진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에 있어서 사진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사뭇 철학적인 문제를 곰곰히 고민해보고 싶었다. 구매한 지는 오래 되었지만 아직 정독을 끝내지 못했다. 조금 이해는 되지만, 뜻하는 바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다. 아직은.. 2011. 8. 15.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의 책들을 몇권이나 사 모았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 처음으로 펴 든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순서대로 한다면 세계 각국의 오지를 다녀온 이야기들을 먼저 읽는 게 맞겠지만 우리 땅 구석구석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내게는 왠지 이 책에의 끌림이 확실히 더 강했던 것 같다. 사실 한비야 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세계의 오지들을 탐험하고, 국제 NGO 단체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정도.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무릎팍 도사'라는 TV 토크쇼에 출연한 그녀가 들려줬던 경험들은 꽤나 흥미롭고, 또 한편으로는 나같은 사람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던 것 같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비야가 전라남도 땅끝 해남에서 동.. 2011. 8. 14.
가슴이 시키는 일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지 서너달은 지난 책이다. 작정하고 읽으니 한시간 남짓이면 충분한데 왜 그동안 먼지만 쌓이게 두었는 지 참 모를 일이다. 꿈과 행복을 완성시켜주는 마음의 명령이라는 부제를 지닌 '가슴이 시키는 일' 이란 책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평생을 두고 좇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故 이태석 신부, 잘 나가던 아나운서 생활을 정리하고 열정의 나라 스페인으로 떠난 손미나로 부터 세계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 마가렛 버크 화이트까지. 모두 우리 눈에는 평범하지 않게 보이는 사람들일 수 밖에 없다. '가슴이 시키는 일'이란 말은 참 매력.. 2011. 8. 6.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 지난 2009년에 나온 최갑수의 포토 에세이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에 나오는 글귀인데 무언가 사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말이다. 2년전에 이 책을 읽고 꽤나 감동을 받았었던지 책 리뷰에도 이 글귀를 써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글귀를 제목으로 삼은 최갑수의 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지금껏 최갑수의 포토 에세이는 섭렵한 나로서는 어느새 팬 아닌 팬이 되어 버렸다. 신작 소식이 궁금해 최갑수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니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의 개정판이라는 짤막한 소개가 나온다. 원체 흥미있게 읽었던 까닭에 별다른 고민없이 책을 카트에 담았던 것이 나의 실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책이 도착하고.. 2011.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