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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257

유홍준의 국보순례 -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뒤늦게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오래된 것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예술작품들을 제대로 느끼고 감상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보는 노력만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과의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지요. 그래도 믿어 보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이 짧은 글귀가 마치 정수리를 뚫고 지나는 것처럼 선명한 울림을 안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문외한에 불과한 사람이지만 보고 또 보고, 열심히 공부하고, 좀더 느껴보려 애쓴다면 분명 오늘보다는 밝아진 눈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유홍준 교수는 이 책을 '나라.. 2012. 1. 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를 처음으로, 거꾸로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느지막히 읽어보기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 앞서 읽었던 세권의 책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3권에 담겨 있는 우리 땅 구석구석의 문화재들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들이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경주나 수없이 많이 접했던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의 문화재들에서는 정겨움과 반가움마저 진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우는 서산 마애삼존불을 아직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서산 마애삼존불의 부처님들은 보통의 불상에서 느껴지는 근엄한 절대자의 모습 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의 모습이다. 삼불 김원용 선생은 그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화강암 위에 양각된 이 .. 2012. 1. 1.
별 다섯 인생 - 물만두의 진실 또는 고백 책만 봐야 하는 인생. 지은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이렇게 정의했다. '별 다섯 인생' 이라는 이름의 책은 한 평생을 책만 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살다 간 사람이 세상에 남긴 따뜻하면서도, 한편 가슴 저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녀가 살았을 공간,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며 살았을 가족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스라히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수없이 하면서 책을 읽었다. 알라딘에 나도 서재를 하나 가지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나름 책을 읽는다고 읽었지만 물만두 홍윤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들어보질 못했었다. 책에서는 10년간 무려 1,838편의 리뷰를 올린 전설적인 서평 블로거로 지은이를 소개하고 있다. 매달 수백권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나 역시도 잘 안다. 물론 스.. 2011. 12. 25.
가치있게 나이드는 연습 사람은 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혹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을 뿐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자연의 순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늙는다는 것,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유행가 가사처럼 그저 서글프기만 한 것이어야 할까요. 아홉수라는 말이 있듯 유독 우리나라는 새로운 10년으로 넘어가는 매 순간에 민감해지곤 합니다. 30대로 넘어갈 쯤이면 누구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부르며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저 역시도 그 무렵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20대에 대한 회한과 다가올 30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사실 30대가 아닐까 싶네요... 2011. 12. 25.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익숙하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던 주제였던 사주명리학에 관해 쉽게 풀어 쓴 라는 책을 쉬엄쉬엄 읽어 오늘에서야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350쪽이 넘는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사주명리학의 뿌리와 유명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다 보니 이해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전문적이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주팔자나 정감록 얘기도 나오고 토정비결을 지은 이지함이라는 이름도 여러차례 언급된다. 이처럼 사주명리학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지금도 최고 권력자에서부터 서민에게까지 깊에 뿌리내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제대로 된 명리학자가 과연 얼마나 될 지는.. 2011. 12. 18.
여정 - 이상민의 여행산문집 내가 좋아하는 여행작가 최갑수는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이후 신작 소식이 없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개정판에 실망을 하면서도 또 내 취향에 그만큼 잘 맞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늘 기다리게 된다.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 나의 글과 사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하고 좋을 것 같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고는 있지만 여행 에세이가 그래도 제일 편하고 또 끌린다. 긴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 아름다운 우리 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들을 담은 사진이 있는 책은 언제 읽어도 좋다. 뭔가 읽을만한 새 책이 있나 싶어 찾아보다 발견한 것이 바로 '여정'이란 책이다. 이상민이라는 작가는 내게 생소하다. 경북 영덕의 강구에서 태어났고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시를 썼던 독특한 경력을 지난 여행작가인.. 2011. 12. 11.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 정찬주의 마음기행 두번째 인연입니다. 책을 통해서 법정스님을 만나게 된 것도, 정찬주 작가의 글을 접하게 된 것도 모두 두번째 입니다. 처음이 류시화 시인의 잠언집을 통해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말씀을 접하게 된 행운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은 정찬주 작가의 시선과 발걸음, 마음을 따라 스님의 일대기를 좇는 기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라는 향기로운 제목을 지닌 이 책은 법정스님과 속세에서 깊은 인연을 맺은 정찬주 작가가 스님이 태어난 해남 우수영을 비롯하여 송광사 불임암, 진도 쌍계사, 미래사 눌암, 하동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봉은사 다래헌, 강원도 수류산방, 길상사 등 스님이 머물렀던 절과 암자를 다시 순례하면서 다시 되새겨보는 스님과의 흔적과 그리움을 담담히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 2011. 12. 10.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노암 촘스키(Noam Chomsky).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며 거대한 지배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온 촘스키를 책으로나마 뒤늦게 만나게 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MIT의 교수로, 언어학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학문 분야가 아닌 현실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경고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레 풀리게 된다. 꽤나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명성과 영향력을 지닌 그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이 2001년의 9.11 테러 사건 이후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음모를 알리는 데에, 그리고 그러한 음모에 순진한 대중들이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 일생을 보낸 촘스키가 아니었던가. "나는 지난 세월 미국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 2011. 12. 3.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분의 글을 읽는 기분은 새삼스럽습니다. 하긴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 역시 수백, 수천년 전에 이 세상을 살았던 분들의 글이긴 하지만 불과 몇 해전, 혹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살았을 분들의 흔적을 이렇게 글로 다시 되새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인 장영희 교수가 샘터에 연재했던 글들을 엮은 이 책은 2009년 5월 12일에 출간됐습니다. 장영희 교수가 그해 5월 9일에 세상을 떠났으니 마지막 유작인 셈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희망을 얘기하고자 했던 그분의 마음 씀씀이가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분명 이 책을 통해 따뜻한 위안을 받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독자들도 많을 겁니다. 책의 제목을 두고 고민을 한 흔.. 2011. 11. 27.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산문집 한참 전에 사 놓고도 이제서야 책을 다 읽고 손에서 놓게 되네요. 사람들의 평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책을 읽기 전 무심코 인터넷에서 접한 부정적인 서평에 선뜻 손에 잡히지가 않았었습니다. 남을 탓할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단 "좋은 책이긴 한데, 식상한 느낌이 난다."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짤막한 글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 저의 줏대없음이 문제였던 것이지요. 맞습니다. 좋은 책이긴 한데, 그 내용을 보면 조금 식상한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삶에 힘이 되어주는 말들이란 것이 어떤 건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것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드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아직은 마음에 조금의 여유가 있다거나 깊은 수렁에서 한걸음 빠져나온 사람들이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 .. 2011. 11. 23.
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수천년 역사를 통틀어 난세가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을까. 역사학자 김수영이 지은 '난세에 답하다' 는 책을 읽고 나서 문득 드는 의문이다. 에필로그에 따르면 책의 제목은 출판사 쪽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하지만 저자 본인의 의식 또한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지러운 세상이 곧 난세다. 유사 이래 민초들의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들지 않았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가진 자들의 비리와 사회 구조적인 부조리로 갈등과 불화가 심화되지 않았던, 태평성대의 시기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했을 것이며 지금 이 순간도 국민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따른 엄청난 댓가를 치르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꿈과 희망과 이상의 기반인 믿음을 상실한 상태, 이것이 난세다. 사마.. 2011. 11. 14.
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해마다 생일이 되면 사무실에서 책을 한권씩 선물해 줍니다. 올해는 또 어떤 책을 골라보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우선은 라는 짧은 제목이 마음에 드네요.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라는 부제가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신영복 교수가 무려 20년 20일의 옥살이 끝에 1988년 8.15 특별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 사연있는 우리땅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느꼈던 감흥을 글과 그림으로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출감 이후의 첫 에세이집에 담겨있는 스물 다섯 편의 글에는 우리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 나는 듯 합니다. 이 글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 1995년 11월이었고,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 1996.. 2011.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