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KIA 2차전 - 이범호, KIA의 꽃으로 피어나다

KIA가 차려 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데 그게 안됐네요. 선발로 나선 카도쿠라가 홈런 2개 포함, 5안타 3사사구로 8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을 때만 하더라도 게임은 그기서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칫 싱거운 경기가 될 뻔 했지만 KIA 중간 계투진이 볼넷을 남발하며 막판까지 흥미진진한(?) 1점차 승부가 이어졌네요.

어차피 KIA가 이길 게임이었지만 경기는 돌고 돌아 7회말 이범호의 결승 솔로홈런 한방으로 승부가 결정됐습니다. 친정팀인 한화를 버리고 KIA에 새 둥지를 튼 이범호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텐데 오늘의 '한방'으로 자신의 존재를 광주팬들에게 강하게 각인시켰습니다.

어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정현욱은 오늘 경기에서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빠른 공의 구위도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은데다 제구도 좋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공이 높게 제구되었는데 이범호에게 홈런을 허용한 공 역시 가운데 높게 몰린 공이었습니다. 힘있는 강타자에겐 쉽게 홈런이 나올 수 있는 실투였습니다.

권혁도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정현욱에게 불펜의 중책이 맡겨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시즌 초반 정현욱이 아직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오늘 경기는 그동안 지적되었던 삼성 투수진의 불안요소가 한꺼번에 불거져 나온 게임이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무릎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카도쿠라의 부진은 김상수의 결정적 실책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팀내 제2선발의 위치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임현준, 곽동훈, 이규대 등이 기대치 않았던 활약을 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임현준은 올해 삼성에 입단한 루키 가운데 유일하게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을만큼 팀내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입니다. 시범경기에서도 뭔가 기대를 갖게 하더니 시즌 개막하고나서도 불펜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3이닝을 소화한 이규대의 역투도 경기 중반 삼성 타자들이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데 기여했습니다. 선발이 무기력하게 무너진 마운드에서 추가 실점없이 중반까지 버텨준 것이 경기 흐름을 돌린 셈입니다. 구위 자체는 그다지 위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제구가 비교적 안정되어 보여 1군경기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8로 뒤지다 6회 공격에서 무려 6점을 뽑아난 타자들의 집중력은 칭찬할 만 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자면 삼성 타자들이 잘했다기 보단 KIA 투수들이 워낙에 못던진 겁니다. 투수들이 도무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니 경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조범현 감독은 양현종까지 불펜에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밀어내기만으로 3실점하는 난조를 보이며 팬들에게 실망만 안긴 셈입니다.

가코에 대한 믿음이 언제까지 갈 지도 미지수입니다. 광주 2연전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고 오늘 경기에서도 기회 때마다 무기력하게 범타로 물러나는 모습은 그나마 좌투수에게는 강하다던 그간의 평가에도 미흡한 모습이었습니다. 8회 중심타선에서 한방만 터졌더라도 큰 횡재한 셈이었는데 오늘 경기의 운이 딱 그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삼성 vs KIA 2차전 경기기록(스포츠조선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