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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2011 시즌 삼성 포수진 믿을만 하나

by 푸른가람 201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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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같다는 선발진 보다, 미심쩍다는 공격진 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은 포수진이다. 듬직한 안방마님 이었던 진갑용이 부상과 체력적 부담 등으로 포수 마스크를 후배들에게 넘기는 일이 많아 지면서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삼성의 안방은 불안한 포지션이 되고 말았다.

이만수의 후계자를 키우지 못해 고생했던 시절을 잊었던가. 삼성의 포수 기근은 결국 90년대 중반부터 계속된 삼성 암흑기의 전조와도 같았다. 김진영과 정회열에다 결국 FA로 김동수까지 영입했지만 삼성의 오랜 포수 기근은 두산에서 진갑용을 데려와 겨우 해소되었다. 김동수는 물론 몸값만큼 성적은 못남겼지만 음으로 양으로 진갑용을 성장시킨 좋은 영양분이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진갑용의 성장은 곧 삼성의 중흥기와 이어졌다. 첫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던 2002년에도, 믿기지 않던 한국시리즈 2연패의 영광스런 순간에도 늘 진갑용이 안방을 지키고 있었다. 현대 야구에서 똘똘한 포수가 10승대 투수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느냐 하는 것은 SK 박경완, 삼성 진갑용 등을 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될 일이다.


몇 년전부터 진갑용의 몸 상태는 예전같지 않았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 그를 괴롭혔고 그의 빈 자리는 이정식, 현재윤, 채상병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세명 모두 괜찮은 포수였지만 역시 진갑용과 비교한다면 아직은 모자람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정식은 공, 수 모두 안정감은 제일 앞서 있지만 그 어떤 면에서도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현재윤은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적극적인 투수 리드와 포수 치고는 빠른 발이 장점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포수 중심의 투수 리드와 틀을 깨지 못하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셋 중에서 공격력이 가장 뛰어난 채상병은 아쉽게도 도루 저지 능력에서 불합격점을 받고 있다. 이쯤되면 신은 공평하다고 해야 할까. 세 선수의 장점을 모두 모은 합체형 선수가 나타나길 기다릴 수 만도 없어 답답하다.

올 시즌 진갑용은 다시 주장 완장을 찼다. 그가 주장을 맡았던 기간 삼성의 성적(한국시리즈 2회 우승)이 꽤 좋았던 편이라 내심 올시즌 우승을 욕심내는 팬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진갑용 본인도 공개적으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지난해 보다는 몸상태가 좋으니 기대해 봐도 좋다는 자신감을 비추고 있다.


아무리 진갑용이 부상에서 회복되었다 한들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기는 무리다. 그렇다면 역시 3인방 중에 그 누구라도 한 단계 높이 뛰어 올라야 한다. 그 주인공이 이정식이든 현재윤이든 채상병이든 상관없다. 세명 모두 어린 나이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갑용 이후 또 한번 암담한 암흑기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평화로운 시대에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다. 야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잘 나갈 때 그 다음을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는데 삼성은 이미 한두발 늦었다. 진갑용은 전성기를 이미 지났고 나머지 세명의 백업 포수들은 기대보단 성장이 더디다. 포스트 이만수가 FA나 트레이드였듯 포스트 진갑용도 그런 전철을 밟지는 않았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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