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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KS 스윕패 위기를 불러온 선동열감독의 오판

by 푸른가람 201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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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감생심 삼성이 SK를 꺾고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저 일개팬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가을잔치의 절정인 한국시리즈인만큼 그 격에 걸맞는 명승부를 펼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것이 아깝게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에서 탈락한 롯데와 두산 선수들에 미안하지 않은 것이라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였습니다. 애시당초 수많은 전문가들이나 야구팬들 조차 SK가 무난하게 4승 전승 또는, 4승 1패 정도로 KS 우승컵을 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1차전 초반 김광현의 삼진 퍼레이드는 이를 반증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난공불락으로 여져겼던 김광현이 중반부터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며 삼성이 한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다른 이유가 아닌 삼성 감독의 잘못된 선수 기용이 부른 화였습니다. 좀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않던 선동열감독도 1차전 패인이 성급한 투수 교체에 있었음을 이례적으로 시인한 것도 끓어오르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페난트레이스 1위팀 SK에 비해 앞서는 것이라고는 플레이오프를 극적으로 통과해 최고조에 이른 팀 분위기로 SK마저 침몰시키겠다는 선수단의 기세 뿐이었습니다. 선발과 불펜 모두 SK에 비해 짜임새가 떨어지고 특히나 강점이 있던 불펜진마저 붕괴된 상태인 삼성으로선 어찌됐건 SK 에이스 김광현이 갑자기 흔들리며 SK가 휘청하는 틈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선감독의 선택은 경기 초반에 소리소문도 없이 3루수 조동찬을 박진만과 교체한 것, 플레이오프때부터 일관되게 볼질을 계속중인 권혁을 승부처에 올린 것, 그리고 잘 버티고 있던 권오준을 내리고 실전감각을 회복하지 못한 오승환을 급작스럽게 위기상황에 등판시켜 경기 분위기를 SK에 넘겨준 것. 그리고 위기를 잘 넘긴 정현욱을 바로 내리고 이우선을 끌고 가다 추격의 기회마저 놓친 것 뿐이었습니다.

의아스럽습니다. 마치 SK에 경기를 내주려 애쓰는 모습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왜 이토록 아마추어조차 하지 않을 엄청난 실수를 연속적으로 범하고 있는 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이 객관적 전력면에서 SK에 상당 부분 뒤진다는 것은 팬들 누구나 인정하고 있습니다.

SK와의 한국시리즈 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상식적인 운용을 해달라는 겁니다. 감독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이기고 질 경기를 미리 정해놓고 마치 전지전능한 야구의 신처럼 달관한 표정으로 경기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감독이 포기한 경기를 선수들이 이길 수 있을까요?


삼성 입장에선 최소한 문학 원정에서 1승 1패는 거뒀어야 남은 한국시리즈에 계산이 설 수 있었는데 현재로선 상황이 아주 어렵게 됐습니다. 2연패로 벼랑 끝에 선 삼성이 3차전에 내민 카드는 배영수입니다. 플레이오프에서 과거 기량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긴 하지만 제가 보기엔 SK 선발 카도쿠라에 비해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초반 2연패 후 4연승을 거두며 첫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던 SK의 전례에서 볼 수 있듯 3차전에서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잡아야만 합니다. 3차전마저 놓치면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봐야 합니다. 최소한 안방에서 SK 선수들의 우승 헹가래를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찌됐건 배영수에게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만 오늘 경기마저 선동열감독의 오판이 계속된다면 역대 최악의 한국시리즈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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