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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한화 4차전 리뷰 - 한여름밤의 꿈처럼 달콤했던 신명철의 유혹

by 푸른가람 2009.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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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던 양팀의 승부는 어이없는 실책에서 명암이 갈렸다. 삼성과 한화의 시즌 4차전은 윤성환과 김혁민의 선발 싸움에서 삼성의 우위가 점쳐졌던 게임이었다. 초반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윤성환은 6회까지 무려 10개의 탈삼진을 빼앗으며 3:2 리드 상황에서 필승 계투조 정현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6회말 이여상에게 뜬금포를 얻어맞은 것이 옥의 티였지만 그 순간까지만 하더라도 윤성환의 시즌 4승이 그토록 험난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양팀 모두 중간계투진에서 불을 질렀다. 정현욱은 3:2의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하더니, 한화 양훈은 의기소침해진 삼성 타선에 8회초 대역전극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물론 양훈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수비 좋기로 소문난 백전노장 김민재가 어이없는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믿었던 불펜이 무너지며 패색이 짙었던 삼성은 8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모처럼 활활 타올랐고, 그 중심에는 신명철의 싹쓸이 3루타가 있었다.

신명철의 멀티히트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5월 2일 SK전 2안타를 시작으로 벌써 네경기째다.감독 뿐만 아니라 팬들까지도 제대로 유혹하고 있다. 4월에는 19경기에 출장해 .222의 저조한 타율과 역시 2할대의 출루율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세터로 자주 출장해 선동열감독을 욕먹였던 그였다. 달력 한장 바뀌었을 뿐인데 그의 5월은 괄목상대할만 하다.

5경기동안 18타수 9안타(홈런 2)에 5할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는 예상치못했던 연타석 홈런(시즌 2, 3호)으로 선동열감독의 변함없는 믿음에 보답했다. 시즌 타율도 어느새 2할대 후반까지 끌어 올렸다. 4월 한달동안 신인 김상수에게 2루와 선두타자 자리를 빼앗겼던 신명철로서는 실로 감회가 새로울만 하다.

신명철이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반면 믿었던 정현욱의 투구는 최악이었다. 평소 마운드에서 보여주던 당당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속 150km를 넘나들던 공은 140km 초반을 넘기기 힘들었고, 제구력은 영점이 잡히지 않은 이등병의 사격마냥 흔들렸다. 팀의 승리를 날려버린 정현욱보다, 이토록 컨디션이 좋지않은 정현욱을 묻지마 등판시킨 투수코치의 책임이 크다.

선발 윤성환을 대신해 7회 마운드에 오른 정현욱은 아웃카운트 두개만을 잡은채 이닝을 마치지도 못한채 강판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경기 장면을 지켜보던 윤성환은 쓸쓸한 뒷모습을 남긴 채 라커룸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6회 이후 리드한 게임에서 8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던 필승 불펜조의 신화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삼성의 선발투수는 길게 던져야 6이닝이다. 남은 3이닝을 필승 불펜조 3명이 이어던진다. 리드하는 경기라고 해도 삼성의 타격이 시원찮은 탓에 매경기 3점이내의 박빙의 승부가 계속된다. 제 아무리 정현욱이 고무팔이라 한들, 오승환이 연투할 때 구위가 더 좋다한들 불펜에 부하가 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비록 경기에는 이겼지만 삼성의 허약한 선발투수진과 이로 인한 불펜진의 피로도 가중은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만 야구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라면 뾰족한 대안없이 이대로 밀고 나가서는 안된다. 세이브 요건도 안되는 8:4 상황에서 굳이 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리는 이유도 여전히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다. 연투할수록 구위가 살아난다는 오승환의 컨디션 회복차원의 등판이었을까? 기어이 2사후 1실점을 허용한 오승환에게 오늘의 등판이 어떤 의미였는지 선동열감독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쨌든 유혹의 명철신에게는 오늘이 잊혀지지 않는 밤이 될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만 5타수 3안타(2홈런)에 무려 6타점을 쓸어 담았다. 이러다 신명철이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서는 것도 꿈처럼 허무맹랑한 상상만은 아닐 것 같다. 조금만 더 쿨하게(?) 삼성의 게임들을 지켜보면 나름 쏠쏠한 재미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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