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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한화 3차전 리뷰 - 선동열감독이 뿔났다

by 푸른가람 2009.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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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회초 현재윤 타석때 '송구방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소동(?)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이따금씩 불리한 판정이 나와도 그저 허허 웃으며 가벼운 어필만 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던 평소의 선동열감독 모습이 아니었다. 불같이 화를 내며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선수단 철수라는 배수의 진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현재 삼성의 위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임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무기력한 분위기에 빠져있는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의도적 행동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하필이면 어린이날을 맞아 만원을 이룬 경기에서 일어난 상황이라는 대목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선동열감독의 '어필'이 효험을 발휘한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삼성은 8회에 터진 집중타로 한화에 4:2 승리를 거두며 다시 5할 승률(13승 13패)에 복귀했다. 배트에 맞추기만 하면 안타가 되는 강봉규는 오늘 경기에서도 3안타 1타점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고, 5월 2일 SK와의 시즌 2차전에서 1.1이닝 3실점의 난조를 보였던 오승환은 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통산 15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최연소, 최소경기만에 달성한 150세이브인데다, 지난 경기의 부진을 만회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에르난데스의 부재가 예상외로 길어지는 상황에서 크루세타마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선동열감독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것이 분명하다. 오늘 경기전까지 선발등판한 5경기에서 롤러코스터 피칭을 계속하고 있다. QS피칭을 했던 2경기와 5.1이닝 2실점의 QS급 피칭을 했던 4월 29일 히어로즈전의 투구모습만 본다면 든든한 제3선발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해 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늘 경기를 포함한 3경기에서의 선발등판 성적은 너무나 부진하다. 투구이닝은 모두 3이닝을 넘지 못했다. 4월 7일 히어로즈전 4실점(3자책), 4월 17일 두산전 8실점(5자책)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3안타 5볼넷 2실점으로 초반 강판당했다. 투수치고 한시즌을 통틀어 계산이 안서는 피칭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크루세타처럼 극단적인 널뛰기를 계속한다면 페난트레이스와 같은 장기적인 투수운용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한화는 선발싸움에서는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후반 불펜이 무너지며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안영명은 6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3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한화 톱타자 강동우는 친정팀을 맞아 3안타의 맹타를 터뜨리며 활약했지만 8회 수비에서는 동점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3루타를 허용하는 불운을 맛보기도 했다.

삼성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5할승률에 복귀했지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동력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전반적인 타선 침체는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2번타자 강봉규만이 연일 맹타를 터뜨리고 있지만, 앞뒤에서 받쳐줄 선수가 없다. 양준혁과 박석민이 정상컨디션을 회복해 타선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삼성 투수들의 마음 고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만원관중를 초대해놓고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기분이 상했지만, 선발 안영명이 시즌 최고의 피칭을 보여준 것에 희망을 가져볼 만 하다. 안영명이 거둔 2승(5이닝 3실점, 5.1이닝 4실점)은 모두 팀타선의 도움에 힘입은 것이었다. 시즌 첫 QS 피칭에도 불구하고 승수 추가에는 실패했지만 안영명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당장의 1승 보다는 마운드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경기를 주도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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