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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2차전 리뷰 - 충격적인 오승환의 1.1이닝 3실점

by 푸른가람 2009.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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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더니 오승환이 사람 참 무안하게 만든다. 너무 오래 쉬었던 탓일까? 4일만에 등판한 오승환은 1과 1/3이닝동안 안타 3개(홈런 포함) 1볼넷을 허용하며 무려 3실점했다. 그나마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로 오늘 경기는 시즌 초반 오승환의 투구모습을 꼭 빼닮았다.

삼성은 테이블세터 신명철과 강봉규가 팀 안타의 절반인 5안타를 합작하며 난적 SK에 5:4로 진땀나는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선발 안지만은 5이닝을 5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첫 승리를 기록했다. 팀도 히어로즈전 이후 계속되던 3연패의 늪에서도 벗어나게 됐지만, 마무리 오승환의 예기치못한 부진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선발 안지만이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권혁(1.2이닝) - 정현욱(0.1이닝) - 지승민(0.2)에 이어 팀이 5:1로 넉넉하게 앞서있는 8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컨디션 점검차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첫 타자 이호준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비교적 긴 휴식후 등판에서 가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오승환 특유의 징크스이기도 하다.

다음 타자 박재홍과의 승부는 더 극적이었다. 유인구로 던진 몸쪽 높은 공에 박재홍의 방망이가 크게 돌아나왔다. 평소 구위같았다면 헛스윙이 되거나, 방망이에 맞더라도 파울볼이 되었어야 할 공은 좌측 외야 관중석에 꽃혔다. 순식간에 5:3으로 점수차가 좁혀졌고 SK의 추격전은 다음 이닝에도 계속됐다.

기세가 오른 SK 타자들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을 연달아 두들겼다. 선두타자 박정환이 끈질긴 승부끝에 볼넷을 얻어 1루로 걸어나가자 안경현이 우중간 2루타로 대주자 모창민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여전히 삼성이 5:4로 1점을 앞서고 있었지만 분위기상 최소 동점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오승환의 진가는 오늘 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무사 2루 위기에서 오승환은 후속타자 3명을 삼진 2개와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3시간 48분의 승부를 마무리했다. 비록 패전은 면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86으로 훌쩍 뛰어 올랐다.

당분간 삼성팬들은 오승환의 투구를 각잡고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마무리에게도 시즌중 한두번의 실패는 병가지상사다. 컨디션이 매번 좋을 수만도 없고, 마치 무엇에 홀린듯 두드려 맞는 날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오늘 경기의 부진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의 문제다. 오승환의 다음 등판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팬들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선동열식 플래툰 시스템은 오늘 성공을 거뒀다. 특히 1, 2번타자로 나선 신명철과 강봉규의 활약이 눈에 띈다. 명철신의 유혹이 오늘처럼 계속된다면 박한이는 앞으로도 대타나 대수비 요원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SK 선발 고효준은 시즌 첫 패전을 기록했다. 5.2이닝동안 8안타 5볼넷을 허용하며 5실점했다. 4월 중반까지만 해도 2승 무패에 0점대의 평균자책(0.93)과 WHIP(0.88)를 기록할만큼 위력적인 투구를 보였던 그였지만 4월 27일 히어로즈전에서 3.1이닝 4실점한 이후 2게임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는 고효준에 이어 제춘모(0.0이닝) - 니코시크(2.1이닝) - 임성헌(1.0이닝)이 이어던지며 게임을 마무리했다. 제춘모는 4년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안타와 실책 하나씩을 허용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채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SK 투수 중에서는 지난해 입단한 임성헌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았고 올시즌 등판한 5경기에서 8.1이닝동안 무실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WHIP는 0.84, K/9도 8.64로 준수한 수준이다. 빠른 공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제구가 안정되어 있어 앞으로도 불펜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주말 3연전에서 사이좋게 1승씩을 나눠가진 양팀은 내일 문학에서 또한번 자웅을 가린다. 양팀 선발로 삼성은 배영수를, SK는 카도쿠라를 각각 예고했다. 선발투수만을 봤을 때는 투수전이 될 지, 화끈한 타격전이 될 지 도통 예상이 안되는 매치업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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