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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삼성의 '그린 라이트'

by 푸른가람 2009.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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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감독답지 않은 선택이다. 삼성감독 부임 초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선동열감독이 모든 선수에게 이른바 '그린 라이트'를 부여했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선감독이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힐 때만 해도 주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그럴법도 한 것이 삼성은 8개구단 최고(?)의 거북이 군단이었다. 팀 도루는 항상 최하위권이었고, 무사에 주자가 1루에 출루해도 득점권에 출루시키는 방법은 참으로 단순했다. 보내기 번트가 일상 다반사였고, 번트에 익숙하지 못한 타자들에게는 치고 달리기가 주요 레파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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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저도 안되는 경우에는 강공이 불가피했다. 운좋으면 절호의 득점기회로 이어질 때도 있었지만, 병살타로 베이스를 깨끗하게 비워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상대팀 배터리나 내야진으로서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범위내에서 시험을 치는 격이니 부담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공격 루트가 단순하다는 기나긴 페난트레이스 뿐만 아니라 특히, 1점으로 승부가 갈리는 포스트시즌에서 더 치명적 약점을 노출시켰다.

4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 뛰는 야구였다. 그러나 새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선동열감독이 지난 4년동안 끊임없는 외쳐왔던 것이 또한 '뛰는 야구'였기 때문이다. 하기 싫어 안한 것이 아니라, 할만한 여건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주루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삼성에 적었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고, 그 연원은 삼성의 전통적인 공격 스타일이 큰 것 한방에 의존한 탓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시즌 선동열감독이 다시 한번 '뛰는 야구'를 주창하고 나선 데에는 신인 김상수의 등장이 큰 역할을 한 듯 보인다. 데뷔하자마자 삼성의 1번타자를 꿰찬 그에게 선동열감독이 거는 기대는 팬들의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적진 않았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김상수는 시범경기를 지나 정규시즌 초반까지 펄펄 날며 삼성타선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상수의 등장과 입단 2년차 우동균의 라인업 정착으로 삼성의 기동력에는 한층 힘이 실렸다. 기존의 조동찬, 신명철, 김재걸과 도루하는 포수 현재윤까지 수적으로도 타팀에 밀리지 않는 수준은 갖췄다. 팀 도루수도 23개로 1위 SK(34개)에 이어 당당히 2위를 달리고 있다. 예년같았으면 삼성이 차지하고 있을 꼴찌인 한화(6개)에 비해 거의 네배에 이르는 놀라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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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감독이 한껏 고무될 만도 하다. 그러나 팀도루 2위에 마냥 기뻐할 만한 것도 아니다. 삼성이 기록한 도루자(도루실패)는 4월 29일 현재 17개로 8개구단 중 최다이다. 팀도루 1위인 SK가 불과 10개의 도루실패만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월등한 높은 수치다.

삼성의 도루 성공률은 겨우 57.5%에 불과하다. 1위 SK의 도루 성공률은 무려 77.2%이고, 3위 두산도 78.6%를 기록하고 있다. 6개로 팀 도루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지만 성공률(66.7%)은 그래도 60%를 훌쩍 넘기고 있다. 8개구간중 60%를 넘기지 못하는 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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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감독은 김상수, 조동찬, 우동균 등의 '쌕쌕이'들 뿐만 아니라 진갑용, 김창희를 비롯한 모든 타자들에게 그린 라이트를 부여했다고 한다. 그동안 삼성의 팀 도루 숫자가 적었던 것은 애시당초 도루를 시도하지 않은 소극적 플레이에 기인한 것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공률이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묻지마 도루'가 과연 전반적인 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지는 좀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일 것 같다.

발만 빠르다고 해서 도루성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통상 도루에 필요한 '4S'가 있다고 한다. Start, Speed, Sliding, Sense가 그것이다. 아직까지 삼성의 주자들은 빠르고, 재치있는 슬라이딩을 할 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도루에 대한 센스는 많이 떨어져 보인다. 볼 카운트와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에 따른 도루 타이밍을 잡아내는 기술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눈으로 드러나는 기록보다는 그 이면의 득과 실을 따져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선동열감독이 삼성의 기동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는 존중한다. 또한 이전부터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선수에게 '그린 라이트'를 부여한다는 부분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도루 숫자뿐만이 아니라 성공률도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 기록은 스탯티즈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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