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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1차전 리뷰 - 삼성의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

by 푸른가람 2009.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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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삼성은 절대강자 SK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비교적 약체팀과 자주 만난 덕에 운좋게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삼성의 본격적인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 같다. 히어로즈전 2연패에 이어 SK전 패배까지 이어지며 다시 한번 기나긴 연패의 늪에 빠져들 불길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SK와의 시즌 1차전에서 0:2로 패하며 힘겹게 지켜왔던 5할 승률 밑(11승 12패)으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아직 3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양팀 선발 차우찬과 송은범은 제몫을 톡톡히 했지만 투수의 운명은 역시 타자들의 방망이에 달려 있는 법이다. 삼성 선발 차우찬은 시즌 세번째 선발등판에서 선두 SK의 강타선을 상대로 5와 1/3이닝을 2안타 3볼넷으로 호투했다. 실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4월 25일 KIA전 7.1이닝 1실점에 이은 2게임 연속 QS급 피칭이었다.

그러나 지난 KIA전에서 호투에도 불구하고 1:2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썼던 것처럼 '1실점'이 문제였다. 심각한 슬럼프 탓에 17이닝째 단 한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타선이 그저 야속할 뿐이었다. SK보다 세개나 많은 8안타를 치고도 영봉패한 삼성 타선의 집중력 부족은 심각한 위기 수준에 달했다.

SK 선발 송은범은 거의 매회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며 수차례 실점위기를 맞았지만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즌 4승째를 기록했다. 6안타 1볼넷을 허용했지만 오히려 위기상황에서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공교롭게도 선발로 등판했던 이전 네 경기에서 1실점씩을 기록했던 징크스에도 벗어나며 SK 마운드의 확실한 우완 에이스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시즌 4승으로 다승 부문 공동선두에도 올랐다.

 선동열감독은 6회초 정근우의 2루타(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가 터지며 차우찬이 위기를 맞자마자 정현욱을 등판시키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때까지 차우찬의 투구수는 겨우 63개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페이스라면 1,2이닝은 충분히 더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감독의 선택은 차우찬 보다는 정현욱이었다.

9게임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한 투수보다는 11경기 1승(1패) 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0.56을 기록중인 투수에게 믿음이 더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미 팀은 2연패에 빠져있고, 타선은 언제 깨어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단 1실점이라도 허용한다면 경기 자체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선동열감독에겐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었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험을 쌓아가며 커가고 있는 제5선발투수의 자신감을 북돋워주지도 못했고, 필승 불펜 정현욱은 노련한 박재홍과의 승부끝에 결정적인 실점을 허용한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물론 결과만을 보고 감독의 투수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든 감독은 그 실패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 경기만을 두고 보자면 사실 비난의 화살은 선동열감독이 아닌 무기력한 삼성 타자들에게 쏟아져야 하는 것이 더 타당할 지도 모른다. 득점챤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스코어링 포지션에 무수히 주자를 내보내고도 집으로 불러들여주는 해결사가 없다. 시즌 초반 뜨겁게 달아올랐던 타선이었지만 이제는 3할타자를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한몫해줘야 할 양준혁은 부상으로 2군에 가 있고, 1군무대에 복귀한 박한이의 모습은 어찌된 일인지 자주 보기 어렵다. 신인왕은 떼논 당상처럼 보이던 김상수는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박석민 - 최형우 - 채태인의 영파워 3인방은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지 작년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삼성의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시즌 초반에는 비교적 하위권 팀과의 대전이 많았던 덕분에 당초 목표(?)였던 5할 승부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5월에만 SK와 9게임, 두산과 3게임, 한화와 6게임이 예정되어 있다. 당장 SK와의 3연전 첫 판부터 조짐이 좋지 못하다. 패배 자체도 기분나쁘지만 내용이 좋지 못하다. 삼성의 팀 분위기를 짖누르고 있는 무기력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껏 선동열감독이 보여줬던 천편일률적 팀 운영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불펜의 부하를 가중시킬 수 밖에 없는 패턴의 투수진 운용과 상대 좌완에 특화된 비효율적인 플래툰 시스템, 특정 선수에 대한 지나친 선호 등이 그것이다. 특히, 선발 5이닝 - 권혁과 정현욱으로 이어지는 셋업맨 - 오승환 마무리로 이어지는, 제대로 된 선발투수를 육성할 수 없는 지나치게 엄격한 투수 분업 체제는 삼성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키는 야구' 자체는 선동열감독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특급 마무리 3명이 불펜에 있다면 그 어떤 감독도 지키는 야구를 못할 리가 없다.이만큼 했으면 선동열감독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판단이 설만도 할텐데 변화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시간이 갈수록 대구구장의 빈 관중석은 늘어만 가고, 대구팬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고 있다.

삼성의 위기가 야구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선동열감독이 '임기내 3번 우승'이라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감독 임기 마지막해 우승에 대한부담 때문에 자칫 팀을 회복불능의 위기상황으로 몰고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밖에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며칠전 선동열감독은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도중 "롯데가 좀 잘했으면" 한다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고 한다. 롯데의 성적이 좋아야 프로야구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였다. 역시 대인배다운 생각이지만 오지랖이 너무 넓었다. 지금 당장 내 코가 석자다. 남 걱정해줄만큼 선동열감독의 삼성이 순항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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