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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위기의 오승환,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by 푸른가람 2009.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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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의 출발이 불안하다. 2006년을 정점으로 오승환의 구위 저하는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화두였다. 올해라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08년까지만 해도 우려와는 달리 제 할 몫(시즌 40세이브 정도, 1점대 평균자책)은 해주던 듬직한 삼성의 마무리였던 그이기에 2009년 시즌 개막과 함께 찾아온 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오승환. 1982년 7월 15일생. 경기고 - 단국대를 거쳐 2005년 삼성에 입단했던 그가 맡은 첫 임무는 당시 마무리였던 권오준 앞에서 한 두 이닝을 책임져주는 셋업맨이었다. 2005년 초반만 해도 권오준은 공략 자체가 어려운 최고의 마무리였다. 시즌 중반 오승환은 '언터쳐블' 권오준마저 밀어내고 삼성의 클로저 자리에 올랐다. 오승환의 '돌직구'가 권오준의 '뱀직구'보다 한수 위였기 때문이고, 위기 상황에서도 낯빛하나 바뀌지 않는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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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데뷔 첫해를 보낸 이후 2006년에는 곧장 47세이브를 기록하며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하더니, 2008년까지 3년간 매년 40세이브를 넘나드는 고른 활약을 변함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잦은 등판과 국제대회 차출은 그에게 독이 되었다. 뻔히 알고도 못친다던 직구의 위력은 떨어졌고, 맛뵈기로 보여주던 변화구는 타자를 유인하기에는 너무 밋밋해졌다. 게다가 2008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도박 스캔들로 한바탕 홍역을 앓기도 했다.

2006년 WBC가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로 오승환의 이름 석자를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면, 2009년 WBC는 더이상 오승환이 예전같지 않다는 현실을 확인시켜 준 시간이었다. 결정적 순간에서 그는 더이상 2006년의 그 위력적인 공을 일본타자들을 향해 던질 수 없었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던 그 도도한 자신감도 사라져갔다. 선동열감독의 2009년 마운드 구상이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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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4월 4일 대구구장. 삼성은 WBC의 영웅 봉중근을 상대로 개막전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세이브 상황도 아니었지만 선동열감독은 오승환의 컨디션 점검을 위해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후 벌어진 상황은 선동열감독에게나, 오승환 자신에게나, 경기장이나 TV화면을 통해 지켜본 팬들에게 모두 "충격" 그 자체였다. 3연속 볼넷 허용은 오승환이 프로무대에서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진기록이었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지만 진땀나는 장면이었다.

이후 오승환을 상대하는 상대 타자들은 이전의 오승환을 대하던 타자들이 아니었다. 주눅들지도 않았고, 오승환의 빈 틈을 철저히 공략해 나갔다. 부진은 계속됐다. 4월 7일 히어로즈전에서도 1이닝동안 볼넷과 홈런을 허용하더니,  4월 9일 경기에서도 볼넷과 홈런 하나씩을 허용하며 1실점했다. 오승환을 대신해 WBC가 낳은 신데렐라 정현욱이 새로운 클로져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동열감독은 미동도 없었다. "삼성의 마무리는 오승환"이라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줬다. 오히려 직구의 구위는 나아졌다며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사실이었다. 올시즌 오승환의 직구 구속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빠른 공에 대한 제구가 되지 않아 볼카운트가 불리해져 승부구가 가운데로 몰렸고, 변화구는 여전히 타자를 압도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동안 직구 하나만으로도 리그를 지배했던 오승환이었기에, 승부구인 직구의 위력을 살려줄만한 변화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확실히 2009년 오승환이 위기를 맞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오승환이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내리라는 확고한 믿음도 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한게임 한게임에 승부를 거는 조급함이 아니라 조금 긴 호흡으로 해결책을 찾아보는 여유일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감 회복이 우선이다.

실제로 4월 10일 광주 KIA전에서 오승환은 회복 기미를 보여줬다. 9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동안 세명의 타자를 삼진 세개로 돌려세운 것이다. 볼넷과 홈런으로 무너지던 초반의 부진을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4시즌 동안 기록한 142세이브와 1.38의 평균자책이 그저 의미없는 숫자가 아님을 오승환은 분명 증명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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