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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LG 1차전 리뷰 - 예상치못한 개막전 승리

by 푸른가람 2009.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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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우려와 달리 출발이 산뜻하다. 선동열 감독은 주전들의 잇딴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조차 꾸리기 힘들었다. 어울리지 않는 1번타자를 묵묵히 맡아주던 박한이도, 지난해 신인왕 최형우 마저 부상으로 벤치를 지켜야 했다. 도박 스캔들로 홍역을 앓았던 채태인은 출장정지 중이다. 영원한 3할타자 양준혁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게다가 상대팀 LG 선발은 WBC의 영웅 '봉의사' 봉중근이었다.

전력상 열세가 예상되는 개막전이었다. 1번타자의 중책은 고졸 신인 김상수에게 맡겨졌다.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았던 김상수였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유명주 신인일 뿐이다. 박한이와 최형우가 빠진 외야는 김창희와 강봉규의 몫이었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중견수는 우동균이 아닌 '선동열의 적자' 허승민의 자리였다.

김상수(2B) - 강봉규(LF) - 진갑용(DH) - 박석민(1B) - 김창희(RF) - 박진만(SS) - 조동찬(3B) - 허승민(CF) - 현재윤(C)으로 이어지는 타순은 허전하기만 했다. 사실상 1.5군 수준이었다. 반면 LG의 라인업은 꽉찬 느낌이었다. SK에서 이적해 온 이진영과 정성훈까지 가세한 LG 타선은 한층 짜임새를 갖췄다. 한숨 고르고 갈 타자가 없다. 에이스 배영수가 빠진 빈자리를 채워야할 윤성환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예상외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LG가 이적생 이진영의 2루타로 맞은 기회를 무산시킨 것은 불운의 전조였다. 1회말 반격에 나선 삼성은 강봉규와 진갑용의 연속안타로 맞은 1사 1,3루 기회에서 4번 박석민이 큼지막한 외야 플라이를 날리며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삼성은 2회 공격에서도 조동찬과 현재윤의 안타에 이은 LG 포수 조인성의 패스트볼때 2루주자 조동찬이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하며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LG 배터리의 호흡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봉중근의 제구력은 흔들렸고 삼성 타자들의 집중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투스트라익을 잡고서도 쉽사리 결정구를 던지지 못했기에 5회를 넘기기도 전에 봉중근의 투구수는 이미 10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3회 이후에도 많은 위기를 자초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5이닝동안 8개의 피안타를 허용했지만 2실점으로 용케 버텼다.

반면 윤성환의 호투는 빛을 발했다. 2004년 입단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투수의 중책을 맡은 윤성환은 7이닝 동안 LG 타선의 예봉을 3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의 기쁨을 맛봤다. 사사구는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제구력이 좋았다. 한동안 배영수가 선발 로테이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팀 사정상 한동안 삼성 마운드의 에이스는 윤성환의 몫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8회부터 삼성 불펜의 필승 계투조 정현욱, 권혁, 오승환이 풀가동됐다. WBC 국가대표 정현욱과 오승환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반 부진에 빠졌다. 잠실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던 윤석민이 예상외의 난조에 빠진 것처럼 시즌 전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컨디션을 맞췄던 후유증일 지도 모르겠다.

특히, 오승환의 3타자 연속 볼넷 출루는 충격 그 자체였다. 구위 자체는 나빠 보이지 않았지만 제구력은 엉망이었다. 권혁이 9회초 페타지니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탓에 불필요한 등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탓에 준비가 충분치 못했다는 변명도 가능하겠지만 몇년간 대한민국 프로리그를 지배했던 최강의 마무리투수의 면모를 되찾기에는 아직 시간이 충분치 못했던 것 같다.

겁없는 신인 김상수의 등장은 대구팬들에게 흥분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두번의 삼진을 당하긴 했지만 2개의 안타와 상대 수비의 헛점을 노린 발빠른 주루 플레이로 공격에 활기를 심어 주었다. 단 한명의 신인이 가세했음에도 삼성의 팀분위기 자체가 한결 활기차고 다이나믹해진 느낌이다.

현재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주전포수 진갑용을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쓴 현재윤은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수비와 공격적인 투수 리드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공격에서도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터뜨리며 경기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동안 진갑용이 잦은 부상에 시달려 왔다는 점에서 현재윤의 활약은 선동열감독에겐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일일 것이다.

133경기 가운데 첫 경기가 끝났다. 기나긴 7개월간의 대장정이 기다리고 있다. 팬들은 매일 벌어지는 한경기 한경기의 승패에 일희일비할 것이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4월 5일 경기 선발투수로 삼성은 에르난데스를, LG는 정재복을 각각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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