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2009년 WBC대회, 선수는 넘쳐나는데 감독이 없다

by 푸른가람 2008. 11. 7.
728x90
내년 3월에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야구계가 시끄럽다. 한국시리즈 패권을 다퉜던 김성근감독과 김경문감독은 이미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발을 뺐다. 다급해진 KBO는 제1회대회 4강신화의 주인공 김인식감독에게 메달리고 있다. 사람좋기로 유명한 김인식감독 성격상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감독 역시 선결조건을 내세웠다. 현직 감독들이 포함된 코치진 구성이 그것이다. 선동열, 김재박, 조범현 감독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코칭스탭을 구성해 2006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4강에 도전해 볼 요량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거명된 현지감독들이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건강상 이유, 소속팀 사정 등 그 이유도 가지가지다. 베이징올림픽 우승으로 한껏 달아올랐던 야구열기가 자칫하면 프로구단 감독들의 이기주의 탓에 차갑게 식을 판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프로팀 감독이다보니 아무래도 소속팀의 입장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3월이면 리그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인 시점이다. 한해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팀을 비워야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당연하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야구 전체의 위상과 발전을 먼저 생각한다면 그들의 선택은 달라져야 한다. WBC는 프로와 아마츄어가 총망라된 그야말로 야구의 국가대표들이 모여 자웅을 가리는 자리다. 전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다. 제1회대회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일궈내며 한국야구가 몇단계 성장했음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 야구종주국 미국도,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일본의 콧대도 납작해졌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소속팀에서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도 개인을 버리고 대표팀 유니폼 입기를 주저하지 않았었다. 구대성, 이종범, 이승엽, 오승환 등 해외파, 국내파를 가리지 않고, 노장과 신인급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플레이를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펼쳤다. 숙적 일본을 연파했고, 최강 미국을 넉아웃시켰다. 연일 계속되는 승전보에 국민들은 잠시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세계무대에서 저평가되고 있던 한국야구의 수준을 몇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그것이 WBC의 효과였다.

물론 국내리그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만을 중요시하는 야구팬들도 많다. 그깟 국제대회 관심조차 두지않는 국민들도 많다. 기껏해야 몇년에 한번씩, 짧은 기간동안 치뤄지던 국제경기에 올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면, 매번 대회때마다 코칭스탭 구성에 난항을 겪고, 야구계가 갈등에 휩싸인다면 차라리 향후에는 대회 참가를 포기하는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저 '우물안 개구리'처럼 8개팀이 매년 그들만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면 야구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기량높은 해외야구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야구팬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 결국 국내야구는 쇠락의 길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소탐대실'이라 했다. 야구인들이 다시한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뜻을 모아주었으면 좋겠다. 서로 눈치보지 말고 먼저 나서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도 다시한번 힘든 자리에 앉게된 노감독을 위한 마지막 배려가 아닐까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