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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어느 누가 김현수에게 돌을 던지랴

by 푸른가람 200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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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라는 시끌벅적한 가을잔치가 끝났습니다. 우승을 자축하는 SK의 불꽃놀이가 잠실 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지금 이시간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누군가는 우승의 기쁨에 겨워, 누군가는 패배의 분루를 삼키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겠지요. 그리고, 세상 그 누구보다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한사람이 떠오릅니다.

김현수. 2008년 프로야구 타격왕. 1988년 1월생으로 겨우 만 20세를 넘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타격재질 하나로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또한 베이징올림픽의 영웅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정상급의 투수들을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 않고 한국야구의 매운맛을 보여주던 선수였습니다. 이승엽 조차도 김현수에게 "어떻게 그렇게 잘 칠 수 있는지" 물어볼 정도였다고 합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는 펄펄 날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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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한국야구위원회]

그러던 그가 한국시리즈에서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5경기 동안 21타수 1안타. 페난트레이스 타격왕의 성적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기록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동점 또는 역전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챤스마다 어김없이 터져나온 병살타는 두산팬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김경문감독의 속을 시커멓게 태웠습니다. 5차전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를 보며 두산팬들은 또한번 희망을 품어 봅니다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 이승엽이 그랬듯,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이승엽이 그랬듯, 한편의 드라마를 기대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요.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일부 팬들은 김현수와 김경문감독을 비난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패배의 아픔이 너무나 크기에 순간적으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약입니다. 또 그렇게 잊혀질 겁니다. 오늘의 고통은 내일이 되면 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저 웃으며 씁쓸한 추억으로 기억할 날이 올 겁니다.

김현수는 잘못이 없습니다. 갓 스물을 넘긴 어린 선수에게 팀의 중심타자가 되어 맞이하는 한국시리즈는 가혹했습니다. 가을잔치가 아니라 전쟁터였습니다. 플레이오프 6게임을 치르느라 몸은 지켰고, 심리적 부담감은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SK의 분석 또한 치밀하고 정확했습니다.

김경문감독도 할말이 많습니다. 김현수는 팀의 중심타자요, 리그 타격왕입니다. 그를 빼고 과연 누굴 그 빈 자리에 채울 수 있을까요? 김경문감독은 김성근감독이 아닙니다. 1, 2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렸던 중심타자 김재현을 3차전에서 과감히 스타팅에서 뺐던 노련한 승부사가 아니라, 믿음을 바탕으로 뚝심있게 팀을 리드했던 지도자였습니다.
김현수는 이겨낼 겁니다. 한국시리즈 5차전 마지막 타구가 병살타로 이어지며 게임이 종료되는 순간 탈진하듯 쓰러지던 그의 눈물이 그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킬 것입니다. 성장을 위한 영양분이 되어줄 겁니다. 이승엽을 뛰어넘어 조그만 빈틈조차 찾을 수 없는 새로운 '국민타자'로 성장하게 될 김현수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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