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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흑마구' 투수가 벌써 떠난다 합니다

by 푸른가람 200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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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때가 아닌 듯 한데, 벌써 떠난다 합니다. 한때는 그를 맹렬히 비난하고, 비웃기도 했던 적이 있지만 그는 12년동안 삼성의 허약한 마운드를 꿋꿋하게 지켜온 선산의 굽은 소나무 같은 존재였습니다. 130km를 넘기지 못하는 직구를 구석구석에 꽂아 넣으며, 100km대의 변화구로 타자들을 농락하던 또한명의 '흑마구' 투수가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합니다. 그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겠지요.

한두해도 아니고 무려 12년입니다. 수백, 수천명의 투수들이 KBO에 그 이름을 올려놓고 명멸을 거듭하던 세월입니다. 1군무대에 단 한차례도 올라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던 선수들도 있습니다. 한두해 반짝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선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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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아이스탯]

1996년 영남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후 12년동안 72승55패 5세이브 평균자책 4.43의 통산기록을 남겼습니다. 데뷔 이듬해인 1997년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후 십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2006년 다시 10승을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지요. 아마도 그때서야 진정 '공 던지는 법'을 터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팀선배 성준 투수로부터 '느림의 미학'을 전수받아 또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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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이닝]

입단 첫해인 1996년은 삼성이 암흑기를 힘겹게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시절이었습니다. 투수진은 붕괴됐고, 노장과 이적생들로 꾸려진 타선은 노쇠했습니다. 그 암울한 첫해를 지나 올시즌까지 삼성의 포스트시즌을 그가 함께 했습니다. 비록 단 하나의 승리기록도 없지만 27게임에 나가 던지고 또 던졌습니다. 때론 선발로, 때론 패전처리 투수의 수모도 마다 않았지요. '마당쇠' 전병호가 있었기에 배영수와 오승환의 영광도 있었던 것입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2005, 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 선수로서 세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고 떠나는 그는 운이 좋은 선수입니다. 삼성이라는 구단을 만난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1997년의 항명사건도 기억에 남네요. 백인천감독이 건강상 문제로 삼성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의 선수생활도 순탄치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긴 여정을 마친 전병호선수. 수고 많았습니다. 아직 한두해는 더 볼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듯 갑작스럽게 은퇴발표를 접하다보니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지도자로 돌아올 그날을 또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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