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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암흑기 회귀 vs 강팀 재도약, 갈림길에 선 삼성 라이온즈

by 푸른가람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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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프로야구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LG와 아이들’ 수준입니다. 2023년 한국시리즈 챔피언이었던 LG는 시즌 개막부터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4월 18일까지 21경기를 마친 상태에서 17승 4패, 승률  8할대의 경이로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팀별로 불과 20여 경기만 치룬 시즌 초반이지만 2위 롯데와 무려 5.5경기 차가 납니다. 물론 현재의 페이스를 페난트레이스 말미까지 유지하긴 어렵겠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2위 팀들은 감히 1위 도전은 언감생심입니다.

11승 11패로 승률 5할대에 턱걸이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입장에서는 지금의 시즌 초반 판도가 차라리 다행입니다. 극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1위팀을 배제하고 나머지 팀들이 올망졸망한 전력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삼성 입장에서도 어쨌든 비벼볼만한 입장은 되기 때문입니다. 시즌 초반 타선의 극심한 부진과 최악의 팀 분위기까지 맞물려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이지만 지금의 위기를 타개한다면 최소 중위권 싸움의 일원으로 참전은 가능해 보입니다.


사실 모든 팀들에게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키움 히어로즈가 현재 최하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 롯데와의 게임 차는 4.5경기에 불과합니다. 1위와 2위 팀 간 경기 차보다 오히려 2위와 꼴찌팀 간 경기 차가 더 적습니다. 지금의 순위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LG를 제외하고는 하향평준화된 전력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순위표가 요동칠 겁니다. 삼성으로선 위기이자 또 기회인 셈입니다. 다른 팀 역시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좀 더 객관적으로 보자면 삼성의 현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팀 전력 자체가 그리 탄탄하지 못합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라는 완장이 오히려 2025년 시즌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 팬들이 일종의 ‘뽕’에 취할 수는 있겠지만 자칭 야구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바람을 지나치게 불어 넣었습니다. “최강 KIA의 대항마는 삼성이다.” “삼성이 2025년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의 적기를 맞았다.”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후라도, 최원태의 영입 덕분에 10개구단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 마운드를 구축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고, 탄탄한 선발진은 지난해에도 삼성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일 뿐, 가장 강력한 선발 마운드는 결코 아닙니다. 게다가 돌아가면서 부상으로 드러눕는 바람에 완벽한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원태는 여전히 마인드가 불안하고, 좌완 이승현은 떨어진 구속만큼이나 자신감 없는 피칭으로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불펜은 언제나 삼성의 불안요소였습니다. 지난해 오승환이 시즌 후반 전력에서 이탈한 후 올 시즌에도 필승조의 노쇠화는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다행스럽게 상무에서 제대한 이재희, 씩씩한 루키 배찬승, 환골탈태한 이호성이 젊은 피를 수혈해주고 있고, 불펜으로 보직 이동한 백정현이 큰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김무신의 느닷없는 부상과 최지광의 공백, 임창민의 급격한 기량 저하가 아쉽지만 올 시즌을 계기로 불펜진에 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삼성 타선은 정말 한숨 나오는 수준입니다. 개막 초반 몇 경기에서 신들린 타격감을 자랑하더니 이내 꽁꽁 얼어 붙었습니다. 선수들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타격 코치도 밤잠 못 자며 지도를 하고 있겠지만 도무지 그놈의 ‘감’이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역대급 활약을 보였던 김지찬의 햄스트링 부상 이탈과 묘하게 삼성 타선의 부진도 겹쳤습니다. 이재현이 리드오프로까지 나서며 힘을 보탰지만 구자욱, 디아즈, 박병호, 김영웅 등 주축 타자들이 1, 2할대 타율에 머물며 동반 슬럼프에 빠진 모습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히 타율이 떨어지고, 득점권에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다는 점이 아닙니다. 이건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점은 아니었고, 단기간이 고쳐질 문제도 아닙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공을 맞쳐내는 컨택 자체를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헛스윙이나 멀뚱멀뚱 루킹삼진을 당하는 케이스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이것은 전문적인 타격 메커니즘의 영역일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문제도 크게 좌우한다고 여겨집니다. 야구팬들 뿐만 아니라 일부 야구 전문가들까지 지적하고 있는 ‘라팍런’의 부정적 효과입니다. 근거 없는 ‘조롱’이라고 일축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 2016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개장할 때부터 구장의 구조적 문제는 지적되었습니다. 극단적일 정도로 짧은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로 인해 다른 구장에서는 평범한 외야 플라이로 아웃될 타구들이 홈런으로 둔갑합니다.

물론, 삼성 라이온즈 타자들의 홈런이 모두 라팍런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홈런에 맛을 들이게 되면 분수에 넘치게 홈런 욕심을 내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나도 모르게 스며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선에 들어서는 9명 모두가 모두 홈런을 뻥뻥 터뜨려줄 수 있는 거포들이라고 해서 팀의 타격 지표가 좋아지고 승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타자들이 그 상황에 걸맞는 타격을 해줘야 하는데 전반적인 타격 기술도 떨어지는 데다 홈런 욕심으로 스윙이 커지다 보니 삼성 타선이 지금 말이 아닙니다.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비법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타격의 방향성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팀으로의 재도약이냐, 암흑기로의 회귀냐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2025년 시즌입니다. 팀의 모든 파트가 쇄신하고 화합의 시너지를 발휘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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