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가 갑작스레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BS는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의 줄임말로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을 뜻합니다. 우리 프로야구에는 2024년 시즌 시범경기부터 도입되었습니다. 아직 MLB에도 공식적으로 도입된 것이 아니다 보니 도입 이전부터 ABS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운영방식을 보면 모든 정규 투구를 대상으로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해 투구 위치값을 추적한 후 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을 통해 심판에게 해당 투구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결과가 자동으로 전달되며 여기에 대해 심판은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고 선언만 하게 됩니다. 물론 이 시스템이 오류나 고장을 일으켜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심판이 과거처럼 투구에 대한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는 홈 플레이트 중간면에서 판정하게 되며, 상하는 홈 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 면 두 곳에서 판정하게 되는데 상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27.64%를 적용하게 됩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신장이 큰 선수가 작은 선수에 비해 넓은 존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선수들마다 타격폼이 다를 수 있지만 ABS는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도입 이전부터 논란이 많았습니다. 시즌 초반이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도 발생하고 있고,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합니다. 투수는 투수 나름대로, 타자는 또 타자대로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타자들은 특히 높은 코스의 변화구가 스트라이크가 판정되는 것에 적응이 어렵다는 표정입니다.
이런 현장의 불만에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며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심판의 판정보다 오히려 ABS 판정이 더 부정확하다는 주장입니다. 심판마다 고유한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일관성은 보였다며 ABS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여기에 삼성-NC 전에서 심판의 미숙한 경기 운영이 중계화면에 그대로 노출되며 야구계 전반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논란이 된 장면은 3회말 삼성 공격에서 2사 1루에 김지찬을 두고 이재현이 타석에 들어선 때입니다. 볼카운트 원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김지찬이 2루 도로를 시도했고 원심은 아웃이었습니다. 삼성 측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고 재심 끝에 세이프로 바뀌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후 다섯번째 투구가 스트라이크가 되며 중계화면상에는 3-2 풀카운트가 되었는데 이때 NC 강인권 감독이 어필을 하며 오랫동안 경기가 중단됩니다. 강인권 감독과 NC 측의 주장은 이제학의 두번째 투구가 스트라이크였으므로 2-2 상황에서 제5구가 스트라이크이므로 풀카운트 상황이 아니라 이재현의 삼진으로 이닝이 종료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중계화면을 다시 확인해 보면 이재학의 투구에 대해 문승원 주심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덕아웃 내 태블릿에는 스트라이크로 판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심판들은 4심 논의 끝에 NC 측의 어필이 늦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렇게 사태는 종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심판들의 논의 과정이 방송사 중계 화면을 통해 가감없이 노출되면서 문제가 커집니다.
심판의 경기 개입, 판정 조작을 의심할만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과오를 깨끗하게 인정하는 편이 좋았겠지만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승부를 조작했다는 더 큰 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어필이 끝난 뒤 이재학은 삼성 타선에 3실점하며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경기는 삼성의 승리로 끝이 나며 야구팬들의 의혹과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너무 공식 도입을 서두른 것이 아니냐 하는 이의 제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퓨쳐스에서 몇 해 동안 테스트를 거쳤다고는 해도 1군 정규시즌을 치러보고 보완해야 할 사항들을 개선한 이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직까지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심판의 투구 판정이 더 정확하다는 일부의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어제 대구경기에서도 심판의 경기 개입이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기계로 판정된 것을 두고도 조작을 하려는 시도를 심판들이 하고 있는데,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심판의 특정한 의도가 개입되면 경기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이후 선수들의 억울함이 많이 시정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고질적인 심판의 볼 판정 시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ABS를 좀더 개선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가 ABS와 관련된 여러 논란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사항을 논의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KBO에서도 이번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힘과 동시에 현장의 불만과 요구사항들을 반영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ABS가 아니라 심판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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