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산체스와 코너 시볼드와의 선발 싸움이라면 누구도 한화 산체스의 손을 들어줄 겁니다. 예상대로 선발 싸움은 산체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정작 양팀간의 승부는 선발 마운드가 아니라 불펜 싸움에서 갈라졌습니다. 삼성이 중반 이후 대타 작전 등으로 한화를 끈질기게 추격한 끝에 결국 5-3, 짜릿한 역전승으로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한화 선발 산체스의 구위는 뛰어났습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 타선 조차도 제대로 공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속 150km를 넘나 드는 빠른 공의 위력은 삼성 타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고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승부를 통해 타자와의 볼 카운트 싸움도 영리하게 펼쳐 나갔습니다.
한화 타선이 삼성 선발 코너 시볼드의 제구 난조 등을 공략해 3점을 선취하며 앞서 나갔지만 위닝 시리즈를 노리는 원정팀 삼성 타자들도 호락호락 물러나지는 않았습니다. 4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산체스가 5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2사 2루 상황에서 삼성의 젊은 거포 이재현에게 몸쪽 승부를 펼치다 큼지막한 2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넉넉하게 앞서가던 경기 흐름이 단숨에 한 점 차 숨막히는 박빙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최고구속 152km/h의 빠른 볼을 앞세워 5회까지 리드를 지킨 상태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지만 아쉽게도 한화 불펜의 산체스의 시즌 2승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6회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은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가볍게 막아 냈지만 7회에서는 김지찬과의 승부에 실패하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가야했습니다.
김지찬에게 볼넷을 허용한 이후 2루 도루 시도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타자와의 싸움에서 연달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재현, 구자욱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한승혁은 이민우와 교체됐고, 세번째 투수로 나선 이민우가 4번타자 맥키넌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데 이어 이성규 대신 대타로 나선 류지혁이 천금같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이어 다시 대타 강민호가 3루수 강습 타구로 쐐기점을 얻어내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한 삼성은 필승계투조인 임창민, 김재윤, 오승환을 차례대로 마운드에 올리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틀어 막았습니다. 약세가 점쳐졌던 한화와의 원정 3연전을 기분좋은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한 삼성은 승패 마진에서 +2를 안고 다음주 LG, 키움과의 6연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물론 역전승은 기분좋은 마무리지만 과정을 복기해 보면 아쉬운 점도 눈에 띕니다. 우선 선발투수로 나선 코너 시볼드에 대한 판단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되던 홈런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제구가 안정적이지 못한데다 공의 구위 자체가 1선발로서는 합격점을 받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삼성 라이온즈가 2024년 시즌 목표를 어떤 수준을 잡느냐에 따라 코너 시볼드의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5강 싸움, 혹은 보다 높은 순위를 노린다면 더 늦기 전에 대체 외국인 투수를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팬들이 이야기하는 뷰캐넌, 수아레즈는 가능성이 희박한 얘기니만큼 마땅한 투수를 구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타자를 골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 김현준의 부진은 심각해 보입니다. 이대로 계속 1군에서 뛰는 것이 좋은 선택인 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퓨쳐스에 내려가 휴식도 취하고 무너진 타격감을 조율하는 것이 선수로서나, 팀 전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퓨처스에서 올라오긴 했지만 김성윤 역시 현재의 실력으로는 1군 무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없습니다. 장점이던 타격의 정교함이나 뛰어난 주루 능력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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