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 정도가 아니라 온 우주의 기운이 합쳐진 덕분에 이뤄낸 KT와의 개막 2연전 스윕승으로 가당찮은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던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KT와 키움에서 각각 마무리 투수로 뛰었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한 데 이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최성훈, 양훈, 전병우까지 전력에 가세함으로써 이종열 단장에 대한 평가도 후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취약한 불펜은 지난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여러 아킬레스건 가운데 치명적인 것이긴 했습니다. 다 잡았던 경기를 경기 막판 클로저 오승환을 비롯한 필승 계투조들이 맥없이 무너지며 상대에 역전을 허용했던 것이 한 두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역전패는 단순한 성적 하락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팀의 케미스트리를 와해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이종열 감독은 2016년 시즌부터 시작된 삼성 라이온즈의 ‘잃어버린 10년’과 단절하려면 불펜진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그 진단 자체는 정확한 것이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불펜투수들과 계약에 성공함으로써 그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전임 홍준학 단장과 비교해 확실히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팀이 10년 가까이 하위권에 머물며 이렇다할 성장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처방을 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단순히 몇 명의 선수 영입만으로 삼성이라는 팀이 과거 왕조시절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차라리 망상에 가깝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무척이나 멀고 험할 겁니다.
여러 문제점 가운데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탭의 능력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2022년 시즌 도중 전임 허삼영 감독의 사퇴 이후 빈 자리를 비교적 잘 메꿔 좋은 평가를 받으며 결국 ‘대행’ 꼬리표를 떼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그의 경기 운영 스타일에 100%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경험이 쌓이고, 보다 전력 보강이 이루어진다면 초보 감독의 한계를 극복하고 삼성이 암흑기를 탈출하는 데 분명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거는 팬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 정식 감독 부임 2년차를 맞고 있는 2024년 시즌 초반 박진만호의 성적표는 처참합니다. 2승 1무 6패의 성적으로 9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은 최하위 KT와 겨우 반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어 언제든 꼴찌 추락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KT가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에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해 삼성은 경기를 더해 갈수록 악재가 더해지며 수렁으로 빠지는 느낌입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앞으로도 삼성 라이온즈의 전력이 단기간에 보강되거나 성적이 눈에 띄게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중심 타선은 노쇠한 데다 파괴력이 떨어지고, 젊은 신인급 선수들의 성장은 몇년 째 제자리걸음으로 더디기만 합니다. 거의 10년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삼성의 10년은 어디로 간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구단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만 보낸 탓입니다.
당장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성적에 대한 욕심도 버리지 못해 어정쩡한 자세로 팀을 운영해 왔던 것입니다.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리빌딩 수순을 밟았더라면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삼성 구단은 이런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 들여야 합니다. 올 시즌도 이대로 흘러가면 희망이 없습니다.
박진만 감독 체제로는 반전의 계기를 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전면적인 구단 쇄신 작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이 상태로 변화 없이 팀을 운영한다는 것은 삼성 그룹에서 스포츠단을 바라보는 인식과 기대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사령탑 교체가 신호탄이 되어야 합니다. 발전과 성장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구단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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