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2차전] 4시간 12분의 혈투 끝 시즌 첫 무승부

챔피언의 벽은 높았다고 봐야 할까요.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KT와의 수원 개막전을 기분좋은 2연승으로 이끌었던 삼성이 잠실 원정에서는 어려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6일 경기에서 필승조 김재윤과 오승환이 경기 후반 각각 1실점하며 역전패를 허용했던 삼성이 이틀 연속 LG와의 불펜 싸움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승리와 멀어졌습니다.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투였기에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지만 LG라는 벽을 넘어서기엔 투타에서 삼성의 힘이 조금씩 모자랐습니다. 선발 원태인이 5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이번 경기에선 김태훈이 또 흔들리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임창민, 김재윤 등의 불펜진이 좀 더 견고해지려면 지난해 키움에서 이적한 김태훈이 힘을 보태줘야만 합니다. 지난해 7점대의 평균자책점으로 기대 이하의 부진을 보였던 김태훈은 캠프 내내 절치부심했지만 아직까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선의 침체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수원 경기에서 모처럼 타선이 폭발하며 팬들의 기대를 한층 높였지만 잠실 경기에서는 꽁꽁 얼어붙은 모습입니다. 4번타자 맥키넌은 타점 생산 능력은 괜찮아 보이지만 경기의 흐름을 뒤집어줄 수 있는 장타 능력이 예상보다 떨어집니다. 배트 중심에서 공을 맞추는 능력은 뛰어나 보이지만 타구가 무척 빠른 땅볼 타구를 많이 생산하다 보니 병살타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큰 것 한방을 날려줄 수 있는 장타 본능이 필요한데 4번타자의 중책을 맡기기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문제는 맥키넌을 대신해 4번 타자 역할을 맡아줄 적임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강민호는 나이도 있는데다 포수로서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고 오재일은 지난해의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압도적인 무게감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5강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장타력을 갖춘 중심타자의 영입이 절실해 보입니다. 당장 외부에서 수혈하기 어렵다면 장기적 안목에서 한화 노시환과 같은 거포형 타자들을 스카우트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력을 쏟아 부었지만 이틀 연속 경기 막판 역전패의 흐름 속에서 팀 분위기도 가라앉을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정교한 창과의 싸움에서 2차전을 무승부로 버틴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잠실 3연전을 무기력하게 스윕으로 내줄 수는 없습니다. 제5선발이 등판하는 28일 경기 역시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투지를 불살라 주길 기대해 봅니다. 홈 개막전을 앞두고 팀의 상승세를 이끌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