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끗발이 개끗발’이란 말이 있습니다. 썩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2024년 시즌 프로야구 삼성의 초반 행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수원 개막 2연전에서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자 올 시즌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었던 KT 위즈에 역사적인 스윕승을 거두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잠실 원정에서 모든 것이 흐트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의 전력이 탄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막전 승리가 삼성 라이온즈의 현재 전력을 과대포장하게 했던 면도 충분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LG 트윈스와의 잠실 3연전에서 삼성은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첫 두 경기에서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필승조가 한 점을 지켜내지 못한 탓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고,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암흑기 삼성을 떠올리게 하는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1-18 대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압도적인 전력 차를 그대로 노출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개막전 승리가 우리 모두에게 착시를 일으키게 만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수들로서는 힘들었던 일주일 간의 원정 경기를 마치고 드디어 홈 개막전을 맞았습니다. 상대는 시즌 초반 행보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전력의 SSG 랜더스였습니다. SSG는 김광현을, 삼성은 코너 시볼드를 각각 선발로 내세웠으니 에이스 간의 자존심까지 걸린 한 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4년 시즌 개막전의 호투를 기대했던 삼성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고,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의 KBO 통산 160승이라는 역사적인 제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양 팀의 기록만 비교해 보더라도 전력 차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SSG가 11안타, 4홈런으로 타자친화형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잘 활용한 데 비해 홈팀 삼성은 4안타(2홈런)에 그치며 시종일관 끌려가는 경기 분위기였습니다, 무려 10개의 삼진을 헌납하며 상대 마운드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기 막판 김영웅과 구자욱의 홈런으로 추격전을 펼친 것이 그나마 야구장을 찾은 삼성팬들에게 위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일 주일이 흘렀을 뿐이지만 이 정도의 경기력으로는 올 시즌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뷰캐넌의 빈 자리를 채워줘야 할 제1선발 코너 시볼드의 부진이 우선 마음에 걸립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니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압도적인 에이스의 위압감은 상대 타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상대팀들의 전력 분석이 치밀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더 암울한 것은 공격력에 있습니다. 타선 자체가 힘이 없습니다. 김지찬, 김성윤, 김현준 등 고만고만한 타자들도 테이블 세터를 차려 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힘이 빠져 보입니다.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는 추가 동력이 필요했는데 벌크업에 나섰던 김현준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김지찬의 외야 포지션 이동으로 인한 어수선함이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 라인업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심타선의 부진은 좀 더 우려스럽습니다. 구자욱, 맥키넌, 오재일, 강민호 등은 그나마 큰 것 한방을 기대해 볼 수 있는 타자들인데 여전히 컨디션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최다경기 출전기록을 경신한 강민호는 그만큼 체력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오재일은 슬로우 스타터의 징크스 탓인지, 아니면 에이징 커브를 여전히 극복하고 있는 모습인지 구분이 안되고 있습니다.
타격감이 좋았던 전병우, 류지혁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아쉽습니다. 초반의 상승세를 좀 더 이어가면서 상대팀들의 견제를 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었는데 박진만 감독의 함박웃음이 겨우 개막 2경기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더 늦기 전에 분위기 전환이 필요합니다. 자칫 이 분위기가 1, 2주 지속되면 올 시즌도 무기력한 패배의식이 지배하는 시즌으로 연장될 수도 있습니다. 혼연일체가 되어 반전의 스토리를 새로 시작해 주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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