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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T 2차전] 15년만의 개막전 스윕, 삼성 라이온즈가 달라졌다

by 푸른가람 202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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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이 KT와의 개막 2연전을 쓸어 담으며 지난 시즌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는 24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레예스가 6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친데다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하며 여유있게 앞서 나갔습니다. 10점 차로 앞선 9회에 불펜진이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대거 7실점하긴 했지만 결국 11-8, 석 점 차 승리를 거두며 기분좋게 잠실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이종열 신임 단장 부임 이후 착실한 전력 보강과 응원가 저작권 문제 해결까지 다방면에 걸쳐 역량을 맘껏 선보이고 있습니다. 임창민, 김재윤의 특급 불펜 영입이 없었더라면 오늘 경기 9회와 같은 플레이들이 올 시즌 내내 무한반복되었을 것이고, 결국 팀 성적은 최하위권으로 쳐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입니다.

9회초까지의 경기 내용은 거의 만점에 가까웠지만 10점 차에 취한 것인지, 불펜 투수들의 검증이 아직 덜 끝난 탓인지 때 아닌 불펜 투수들의 난조 릴레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KT가 턱밑까지 추격해오자 결국 마무리 오승환까지 투입시키며 급한 불을 껐지만 마지막 이닝은 아쉬움이 많은 남았습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드러난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을 복기해 보려고 합니다. 팀의 제2선발로 나선 새 외국인 투수 레예스의 투구는 일단 합격점을 충분히 줄 만합니다. 포심패스트볼의 빠르기는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위력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제구의 안정감은 코너 시볼드와 견줄 만 합니다.

특히 돋보인 것은 땅볼 유도 능력이었습니다. 당초 뜬공 피쳐로 분석되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KT의 막강 타선을 상대해 그라운드볼을 많이 유도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레예스는 6이닝을 소화하며 6피안타 1사사구로 1실점하는 짠물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변화구가 다양한 것은 물론 포수가 원하는 곳으로 던져 줄 수 있는 제구력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어제 경기와 마찬가지로 박진만 감독은 김지찬, 김성윤으로 테이블세터진을 꾸렸습니다. 발 빠르고 컨택 능력이 좋은 두 선수들은 그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고, 중심타선의 활발한 득점 지원을 이끌어 내며 대승의 기초를 튼튼하게 놓는 역할을 했습니다. 많은 출루 기회를 얻어냈고, 기습적인 번트와 치고 달리기 작전 등 상대 내야를 휘젖고 다니는 모습은 앞으로 삼성을 맞을 팀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소로 다가올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김지찬과 김성윤 모두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 있는데다 제3의 테이블 세터 후보로 손꼽히는 김현준 역시 개막전 연장 역전 결승타에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도 주전타자로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이며 치열한 내부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팀의 뎁스가 확실히 두터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개막 2연전이었습니다.

구자욱, 강민호, 오재일 등 중심 타선이 모두 손맛을 본만큼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타선의 무게가 한층 더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지난 시즌 극도의 부진에 허덕였던 오재일의 장타는 더욱 반가웠습니다. 4번타자 맥키넌은 배트 중심에서 공을 맞혀가고는 있지만 기대했던 장타가 터지지는 않고 있어 아쉽습니다. 국내 무대에 좀 더 적응이 되면 화끈한 홈런포 소식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부상으로 빠진 이재현의 공백을 착실하게 메워주고 있는 김영웅은 말 그대로 ‘영웅’이 되었습니다. 유격수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고마운데, 타격에서도 한 단계 기량이 상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7-1로 넉넉하게 앞서고 있던 7회초 공격에서 김영웅은 무사 2루 상황에서 KT 좌안 성재헌을 공략해 수원구장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초대형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이 상태라면 이재현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유격수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프로 입단 당시부터 이재현이 못지 않은 공격력이 매력적인 선수였는데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경기 경험이 쌓이면 이재현과 함께 향후 10년간 삼성의 내야를 책임져줄 대형 내야수로 성장해 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여러 기분 좋은 장면이 많았지만 마지막으로 쓴소리도 해야겠습니다.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10점 차 넉넉한 리드를 지키기 위해 삼성 벤치에서는 장필준을 투입했습니다. 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모습을 보였던 장필준이었지만 오늘 투구는 최악이었습니다.

6명의 타자를 맞아 5피안타 5실점하며 무너졌습니다. 공의 스피드는 나쁘지 않았지만 제구가 전혀 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 급하게 등판한 김대우마저 3피안타 2실점하며 벌어놓았던 점수를 다 까먹는 상황이 되자 부랴부랴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려야 하는 혼란스러운 투수 운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던 불안한 불펜의 취약점이 그대로 누출되는 아찔한 장면이었습니다. 자칫 몸이 덜 풀린 오승환이 추가 실점을 했더라면 오늘 경기의 향방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미궁으로 빠졌을 지도 모릅니다. 코칭스탭의 안일한 경기 운영이 시즌 초반의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항상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 돌발상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예상치 못했던 15년만의 개막전 스윕이라는 낭보를 팬들에게 전했습니다. 그 어떤 야구 전문가도 삼성을 2024년 시즌 5강 후보로 지목하지 않았던 치욕을 이제는 선수들이 실력으로 갚아줘야 할 시간입니다. 삼성은 화요일부터 잠실구장에서 LG를 맞아 3연전을 펼치게 됩니다. 지난해 우승팀 LG에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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