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삼성이 연일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패전을 거듭하고 있다. 5전 전패의 결과 자체도 아쉽지만 더 심각한 것은 경기 내용이다. 삼성은 지난 11일 주니치와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18일 요미우리전까지 다섯 차례 연습경기를 펼쳤고,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모든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패했다.
11일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4-10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12일 니혼햄전 1-13, 14일 롯데전 0-8로 모두 무기력하게 무너진 데 이어 17일에는 니혼햄을 다시 만나 복수를 노렸지만 다시 3-18로 대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18일 요미우리전에서도 초반 3-2로 앞서며 잠시 첫 승의 기대를 품게 했지만 결국 3-11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5경기 모두 일본 프로팀에 상당한 전력 차를 노출하며 무릎을 꿇었다. 박진만 감독이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후 맞이했던 첫 번째 스프링캠프였던 지난해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2023년 스프링캠프에서도 삼성은 일본 프로팀을 상대로 연습경기 초반 6연패를 당했었다.
물론 연습경기는 연습경기일 뿐이다. 주로 신인급 선수들의 기량 점검이 주목적이다 보니 초반에는 1군 주전급 선수들은 출전 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베테랑 선수들은 캠프 후반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다가에 들어서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다가 귀국 후의 시범경기에 맞춰 컨디션 점검 차 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다 보니 굳이 무리해서까지 연습경기 승패에 연연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 역시 마찬가지다. 박진만 감독의 말처럼 일본 프로선수들이 2월 캠프 때 이미 실전용 몸을 만들 정도라고 해도 연습경기에 뛰는 일본 팀의 선수들 역시 대부분 2군급이다. 한일 간 프로야구의 수준 차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니 팬들도 그 정도는 감안하고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의 처참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너머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정도다.
17일 삼성과 연습경기를 펼쳤던 니혼햄 파이터스의 신조 감독은 무서웠다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았다.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경기에서 3-11 역전패를 당한 삼성 투수들은 무려 17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볼넷이 8개였고, 몸에 맞는 공이 7개였다. 몸이 재산인 프로 선수들로서는 다소 위협적으로까지 느낄 수 밖에 없었을 정도의 처참한 수준의 제구력을 삼성 투수들이 보여준 것이다.
올 시즌 제5선발 자리를 노리고 치열한 오디션을 치르고 있다는 투수들마저 제구력 난조를 드러내며 코칭스탭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정민태 투수코치를 영입하며 투수 왕국 재건에 나선 삼성이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정규시즌 개막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구력 불안이 특정 투수 몇명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계속되는 연습경기 패전이 마냥 기분좋을 수 없다. 문제는 비단 불안한 마운드 뿐만이 아니다. 상대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타자들 또한 걱정거리다. 치열한 내부 경쟁과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내겠다는 박진만 감독의 야구는 올 시즌에도 삼성에서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올 시즌도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 보내는 것은 아닐지 삼성팬들의 근심과 한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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