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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뷰캐넌 호투와 구자욱 홈런으로 4연패 탈출, 김성윤의 호수비가 빛났다

by 푸른가람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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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이 자신의 우상으로 여겼던 대선배 이승엽 두산 감독에게 패배의 쓴 맛을 안겼습니다. 대구 출신의 레전드 스타 이승엽 감독의 고향 방문으로 떠들썩했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시즌 첫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 끝에 삼성의 1-0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삼성은 길었던 4연패의 늪에서 빠져 나왔고 두산은 3연승 행진이 멈췄습니다.

경기는 양팀 선발 뷰캐넌과 알칸타라의 명품 투수전 양상으로 펼쳐졌습니다. 삼성 선발 뷰캐넌은 초반 제구 난조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6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시즌 2승을 신고했습니다. 5개의 피안타와 사사구 2개를 내줬지만 두산의 막강 타선을 꽁꽁 틀어 막으며 단 한점도 내주지 않는 짠물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평균자책점도 3점대 초반(3.31)까지 낮추며 믿음직한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고 있습니다.

뷰캐넌의 뒤를 이은 불펜진도 진땀나는 1점차 승리를 끝까지 잘 지켜냈습니다. 7회 등판한 이승현(우)은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지워냈지만, 8회 셋업맨으로 보직을 변경해 등판한 오승환은 컨트롤 난조와 구심의 들쭉날쭉한 볼판정에 애를 먹으며 사사구 2개를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새로운 마무리 투수 이승현(좌)은 양의지와 로하스 등 중심타자를 범타로 잘 막아냈지만 2사 후 연속 안타로 1, 3루 역전위기를 맞기도 하는 등 여전히 믿음직한 투구를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김성윤의 믿기지 않는 슈퍼캐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오늘 경기의 향방도 막판에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믿을 수 있는 마무리 투수의 부재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걱정스런 대목입니다.

타선에서는 구자욱의 큰 것 한방이 빛났습니다. 구자욱은 0-0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던 4회말 알칸타라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큼지막한 솔로 홈런으로 오늘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자신의 우상 앞에서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멋진 장면을 선사했습니다.

9회초 무사 상황에서 양의지의 2루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삼성 중견수 김성윤의 다이빙캐치 장면은 몇번을 다시 봐도 믿기지 않는 엄청난 호수비였습니다. 빠른 발로 타구를 잘 쫓아간 것도 대단하지만 마지막 몸을 날려 글러브를 갖다대는 타이밍이 기가 막혔습니다. 올시즌 최고의 수비 장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구심의 일관성 없는 볼 판정은 아쉬운 옥의 티였습니다. 투수와 포수, 타자를 가리지 않고 구심의 콜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었습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구심의 고유권한이라고는 하지만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면 공정성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모처럼만의 명품 투수전에 걸맞지 않는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선수 시절의 영광은 모두 잊고 오직 팀 승리에만 집중하겠다는 이승엽 두산 감독의 인터뷰는 선수 시절 그의 인터뷰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정석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삼성팬의 입장에서는 서운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은퇴경기에서 팬들의 성원을 잊지 않겠다고 했던 그의 다짐은 비록 신분은 두산의 감독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승엽의 삼성이 아니고 이승엽을 위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아닌 것이니 굳이 외야에 이승엽의 단독 벽화를 계속 남겨두어야 하는 지 의문이 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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