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첫 선발 등판에 나섰던 오승환이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2군에서 조정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삼성 구단 측의 설명입니다. 투구 밸런스와 구위를 되찾아 다시 1군 무대 마무리로 되돌아온다는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오승환 자신도 욕심을 내고 있는 한미일 프로리그 통산 500세이브에 불과 4세이브만을 남겨 놓고 있어 눈앞에 놓인 대기록 달성을 위해서도 좀 더 힘을 내야 할 시기입니다.
오승환은 3일 대구 키움전에서 5이닝 73구 피칭을 하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습니다. 초반 1, 2회 연이은 실점으로 출발은 좋지 못했지만 5회까지 버텨냈습니다. 5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최고 구속이 149km/h까지 나왔고 탈삼진도 6개나 기록했다는 점에서 삼성 덕아웃은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2군에서 재충전하면서 단기간에 구위 회복이 될 것인가에 대해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천하의 오승환이기에 기대감을 갖고 기다릴 뿐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몇차례의 부진과 부상을 잘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투수이기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해줄 것이라는 희망은 있지만 끝판대장 시절의 무결점 피칭은 솔직히 꿈꾸기 어렵습니다.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한층 다듬어진 제구력과 노련함을 무기로 상대 타선을 상대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패턴을 이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오승환의 올 시즌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팬들과 벤치의 눈높이도 당연히 낮추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타자를 압도하는 돌직구도 사라졌고, 오승환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박진만 감독과 정현욱 투수코치도 냉철한 현실 인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승환의 역할을 마무리 투수로만 국한시켜 투수진 운영을 고집한다면 올 시즌 역시 꼬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겁니다.
물론 만화같은 반전을 전혀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을야구에서 오승환의 아름다운 피날레를 지켜볼 수 있다면 야구팬으로서 그 이상의 즐거움도 없을 겁니다. 모든 것은 오승환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군행은 자신의 야구 인생 마지막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이요, 마지막 기회가 될 겁니다. 팬들의 응원이 더해진다면 큰 힘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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