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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플레이오프 6차전 -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by 푸른가람 200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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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빗속 혈투속에 삼성을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6차전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승부였습니다.  역시 공수주 모든 부문에서 미세한 전력의 우위를 보인 두산이 승자의 자리에 서게 되는군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SK와의 리턴매치가 벌어집니다. 기나긴 승부를 펼치느라 애쓴 양팀 선수, 코칭스탭, 팬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역시 마지막까지 First Team 삼성의 기적같은 역전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았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것 같습니다.

6차전 역시 선발싸움에서 두산이 이겼습니다. 3차전에 이어 다시 맞붙은 부산상고 선후배 이혜천과 윤성환의 운명은 정반대로 엇갈렸습니다. 윤성환이 벼랑끝 승부의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흔들린 반면, 이혜천은 힘으로 삼성 타자들을 윽박질렀습니다. 4차전 이후 두산 쪽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다시 되돌리기엔 삼성 선수들이 너무 지친 것 같습니다. 가을가뭄끝에 내린 단비가 삼성 선수들에게도 꿀맛같은 휴식을 안겨주리라는 기대도 잠실구장의 노동집약적 배수시스템의 힘앞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야구장을 가득 채운 3만관중들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역시 '가을비'는 삼성과는 악연인가 봅니다.

오늘도 두산 육상부의 발야구는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짧은 외야플라이에도 과감하게 홈을 파고 들었습니다. 조금만 빈 틈을 보여도 여지없이 그들은 물에 흠뻑 젖은 내야를 휘젖고 다녔습니다. 정말이지 무서운 상승세입니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근거없는 얘기가 아니더군요.

고비때마다 작정이나 한듯 삼성 공격의 맥을 끊어버린 신들린 수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5차전 역전위기를 막아낸 이종욱의 슬라이딩 캐치는 6차전에서도 이대수의 호수비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의 운은 여기까지라는 것을 시위라도 하듯 빠른 발과 놀라운 집중력으로 믿기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역시 큰경기는 수비에서 승부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길 팀이 이긴 것 같습니다. 플레이오프 개막전만 해도 객관적 전력에선 두산이 우위에 있지만 난적 롯데를 3연승으로 물리치고 올라온 삼성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4차전에서 그 '분위기'는 일순간 반전됐고, 다시 되돌리기에는 아직 삼성의 힘이 부족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순간순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패배의 아쉬움을 삭이지 못하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눈물나도록 고맙습니다.

고개 숙이지 마세요. 그것으로 됐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은 그대들의 몫이 아닙니다. 정말 어려운 여건속에서 팬들에게 9게임의 가을잔치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첫 경험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제 기량을 펼쳐준 플레이를 보며 2009년 시즌 삼성야구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혈투에 고갈된 체력을 정신력으로 버티며 멋진 가을의 명승부를 펼쳐준 모든 선수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일요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 지난해 말그대로 '혈투'를 벌였던 두산과 SK. 최고의 자리에 서야 할 두 팀이 만났습니다. '야신' 김성근감독과 올림픽우승신화를 일궈낸 김경문감독의 지략대결과 양팀 선수들의 멋진 한판 승부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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