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3차전 - 삼성의 힘이 두산을 눌렀다.

삼성이 힘에서 두산을 압도한 한판이었다. 10월19일 대구구장에서 속개된 2008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삼성은 선발 윤성환의 호투와 박석민, 최형우 등 젊은 타자들의 한방, 국민유격수 박진만 등의 호수비 가 곁들어지며 난적 두산에 6:2의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에서도 2승1패로 앞서 나가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경기 초반은 양팀 선발의 숨막히는 투수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삼성 윤성환의 직구 스피드는 시즌보다 뛰어나지 못했지만 포수 진갑용의 절묘한 리드 덕분에 5이닝 1실점으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의 기쁨을 맛봤다. 1회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유리한 볼카운트 상황에서 우전안타를 맞고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종욱이 2루 도루를 노리다 횡사한 후 안정을 되찾았다.

두산 이혜천의 호투도 빛났다. 김경문감독의 희망대로 5이닝을 4피안타 2실점으로 잘 틀어막았다. 힘있는 직구와 변화구로 삼성의 좌타 라인을 꽁꽁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옥의 티라면 3회말 2사 1,2루의 위기에서 박석민에게 허용한 2루타가 통한의 한으로 남게 됐다.

타선에선 삼성의 힘있는 젊은 타자들의 한방이 빛났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석민은 선동열감독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3회말 공격에서 선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박석민의 활약은 공격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회 수비때는 홍성흔의 파울타구를 1루 덕아웃까지 쫓아가 펜스에 부딪치며 잡아내는 허슬플레이를 선보이며 윤성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준플레이오프부터 계속되던 타격 난조와 수비 불안에 고개를 숙였던 5번타자 최형우도 확실히 부활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조율한 최형우는 드디어 3차전에서 포스트시즌 2호이자, 플레이오프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6회말 1사 2,3루 챤스에서 두산의 두번째 투수 김상현을 상대로 팀승리에 쐐기를 박는 통렬한 3점홈런을 터뜨린 것. 선동열감독의 믿음에 최형우는 시리즈 향방을 되돌리는 결정적 한방으로 보답했다.

투수들의 호투와 타자들의 집중력 있는 공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3차전 승부를 실질적으로 가름한 결정적 수비가 몇차례 있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국민유격수 박진만이 있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고영민의 타구를 놓치며 명성에 흠집을 냈던 박진만은 오늘 경기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3회 2사만루의 위기상황에서 김현수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건져내더니 8회 2사 만루에서도 또한번 김현수를 주저앉게 만든 나이스플레이를 선보였다. 경기 막판 흐름 자체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안타성 타구를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낸 것은 오늘 경기의 백미였다.

비록 박진만의 메이저리그급 호수비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김재걸이 전상렬의 번트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 간발의 차이로 아웃시킨 장면, 신명철이 홍성흔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장면도 수비에서 삼성의 우위를 확연히 드러낸 장면이었다.

1승1패의 팽팽한 균형이 무너졌다. 삼성이 공수에서 확연히 두산을 압도했다. 두산도 13개의 안타를 봇물처럼 터뜨리며 만만찮은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오늘 역시 중심타선의 침묵이 문제였다. 3번으로 돌아온 김현수의 안타성 타구는 매번 박진만의 명품수비에 걸렸고, 김동주는 2안타를 터뜨렸지만 매번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두산 특유의 끈질긴 맛이 사라진 느낌이다.

내일 4차전은 김선우와 이상목의 선발대결이 예고됐다. 1차전 선발이었던 김선우는 나흘만의 등판이다. 1차전때 구위는 괜찮았지만 좁아진 스트라익존에 적응하지 못했던 김선우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다. 어차피 삼성 선발 이상목에게 거는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4차전 역시 중반이후 양팀 선발진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분위기가 넘어갈지, 다시 승부의 추를 맞출지 양팀의 일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