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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욕먹을 각오하고 쓴 선동열감독 비판

by 푸른가람 2008.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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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5차전이 두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역시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네요. 삼성은 막판까지 경기를 뒤집기위해 애썼지만 결국 임태훈의 투구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오늘 경기를 사진 한장으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사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공을 향한 '옹박' 이종욱의 무서운 집중력. 오늘 경기에 대한 두산 선수들의 비장한 의지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듯 합니다. 두려움을 느낄 정돕니다.

이로서 시리즈 전적은 두산이 3승2패로 앞서 나가게 됩니다. 벼랑끝에 몰린 삼성이지만 5차전이 끝난 후 삼성팬들의 분위기는 예상외로 차분하네요. 사뭇 긍정적이기까지 합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천사모드로 돌입한 선동열감독에 대해서도 시즌 중반까지 계속되던 비난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언제부터 삼성팬들이 이렇듯 선감독에 호의적이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팬들은 얘기합니다. "마치 2004년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 하다" "한국시리즈 못 올라가도 젊은 선수들 성장하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행복하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삼성은 객관적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3위 롯데에 맞서 3연승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그리고 두산에 맞서 또한번의 기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보너스 게임인 셈입니다. 팬들로서는 이 즐거운 가을야구를 선사해준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지요. 그렇지만 게임은 게임입니다. 한게임 한게임이 치열한 전쟁입니다. 지려고 전장에 나서는 장수는 없습니다.

전날 4차전의 허망한 패배이후 팬들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졌지만 결코 진 것 같지 않은 게임이다" "불펜을 아꼈으니 5차전부터가 진검승부다" "이상목-전병호-조진호 만으로 한경기를 버텨낸 것이 다행이다" "별로 아깝지 않은 패배였다"

솔직히 이해가 안됩니다. 분명 이전의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4차전은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중간계투진의 피로도가 두산보다 더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경기를 두산에게 헌납하는 식의 경기운영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4차전 푹 쉬고 나오면 5차전 승리는 거저 주어지는 겁니까?

한경기 한경기가 결승전입니다. 그 한경기를 잡기 위해 모든 전력을 쏟아 붓습니다. 팬들은 그 진검승부를 즐기기 위해 야구장을 찾습니다. 페난트레이스 보다 훨씬 비싼 입장권을 어렵사리 구해서, 그리고 몇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 홈팀의 승리를 간절하게 기원하며 응원합니다. 그런 팬들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물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혈투 속에 불펜진의 총동원되다시피 했고, 과부하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4차전 이상목 선발 기용도 납득이 갑니다.

그러나 분명 대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초반 이상목이 급격하게 흔들렸을 때 삼성 덕아웃에선 아무런 대응이 없었습니다. 아주 손을 놓고 있더군요. 이날 삼성 타선이 중반까지 끈끈한 추격전을 펼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동열감독의 포기는 너무 빨랐습니다.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이 너무 빠른 선동열감독 특유의 버릇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듯 합니다. 기나긴 두산의 1회초 공격이 9번타자에 이르러 비로소 끝이 났을 때, 그리고 스코어보드에 "5"라는 숫자가 각인되었을 때, 삼성의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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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들어 선동열감독이 달라졌다고들 합니다.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하던 '번트'는 사라져 버렸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애정 표현은 지나칠 정도입니다. 매경기 투수교체는 기가 막히게 떨어졌고, 타순은 마치 신이 내린 듯 했습니다.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일까요?  내심 6차전까지 가야 승부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2승1패로 앞서고 있지만 불펜 소모가 심한 상황에서 4차전을 내어주고 5,6차전을 잡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선동열감독이 비록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두산은 "꿩먹고 알먹은" 셈이 되었습니다. 4차전을 계기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두산의 중심타선은 타격감을 회복했고, 두산 선수들도 편하게 2승2패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되찾게 됩니다. 이것이 곧바로 5차전 승리로 이어지게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경기의 승패는 전력 차이만으로 갈리는 것이 아닙니다. 투수들의 구위가 뛰어나다고 해서,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다고 해서, 육상부가 내야를 휘젖고 다닌다고 해서 승리를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승리의 여신은 매경기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이들에게만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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