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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봄의 화엄사에 가시거든 동백꽃도 꼭 보고 오시라

by 푸른가람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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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은 서둘러 봄을 인도하는 전령사 같습니다. 차가운 겨울을 이기고 유달리 붉은 꽃송이를 터뜨리며 무채색으로 가득한 세상에 화려한 색감을 칠합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목숨이 사위어 땅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오히려 더욱 붉게 빛나는 모습에 경탄하게 됩니다. 

오래전 구례 화엄사를 찾았던 때였습니다. 때맞춰 피어난 홍매화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진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더군요. 저마다 고혹적인 모습으로 피어나 화엄사의 공간을 환히 채어주고 있던 홍매화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 행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을 찾아 다니던 순간, 참으로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철 푸른 나뭇잎과 강렬하게 대조되는 동백꽃의 붉은 빛은 계단 위에서, 혹은 샘물 안에서 그 생명의 끝자락을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무심하게 계단을 오르는 스님의 뒷모습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어디인지, 온갖 고통과 번뇌에서 괴로워하는 우리들의 본모습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인지. 많은 의문들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봄이면 구례 화엄사를 꼭 한번 찾아 보세요. 홍매화도 좋지만, 그 무렵 벚꽃도 피어나 아름다움을 다툽니다. 한갓진 곳에는 이렇게 동백꽃도 피어나고 스러집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으니 어찌 아니 좋습니까. 지리산의 넓은 품 속에 담겨져 있는 구례와 하동의 아름다운 절들과 풍경을 찾아 잠깐의 수고를 감수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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