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고운 모래가 쌓여 내성천의 물길이 모래 사이로 똬리를 틀 듯 돌아나가는 곳. 초입에 있는 장안사를 지나면 그리 높지 않은 비룡산에 오르는 숲길이 보인다. 묵묵히 숲길을 걸어가다 보면 이내 정상에 당도한다.
나지막한 산의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회룡포 마을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오래된 절집 장안사도 좋지만 회룡포에서는 전형적인 우리네 농촌 마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어 좋다.
모내기를 끝내 푸릇푸릇해진 봄날의 풍경도 좋고,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녘 들판도 너무 아름답다.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은 또 어떨까. 그 무엇보다 좋은 건 맨발로 아름다운 물굽이의 모래사장을 걸어보는 일이다.
사각사각 발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촉감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풍성한 보름달이 뜬 어느 밤에 한가로이 이곳을 걸어보고 싶은 오래된 소망이 언젠가 이루어질 날이 오겠지. 좋은 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안타까운 일도 있다. 낙동강 지류인 이곳 내성천은 예전부터 고운 모래로 유명했었다. 지리산에서 내려온 모래가 지천을 이룬 섬진강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상류에 큰 댐이 건설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운 모래 대신 무성하게 난 풀들이 그 자릴 대신하게 되었다. 지나는 길에 그 풍경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근처에 ‘뿅뿅다리’라는 재미난 이름을 가진 곳도 있다. 강관과 강철발판을 이용해 다리를 놓았는데 사람들이 지날 때마다 물이 발판 구멍 틈으로 솟아오르며 내는 소리가 그리 들린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는데 지금은 회룡포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여유롭게 한번 걸어보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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