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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산상의 화원에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 만항재

by 푸른가람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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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시간을 차로 달려왔을 뿐인데 확연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만항재 정상에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해발 1,330m 높은 자리에 있는 숲에 들어서면 산 아래 동네보다 십여 도 이상 선선한 느낌이 든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경보도 다른 세상 이야기인 셈이다.

꽃쥐손이, 양지꽃, 노루오줌, 짚신나물 등 여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모습이 말 그대로 ‘산상의 화원(花園)’답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에 이르는 산길 전체가 꽃밭인 셈이다. 공원이나 수목원처럼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러움이 물씬 풍겨서 좋다. 

만항재는 해발 1,330미터 고도에 있는 고개마루인데 일본잎갈나무 군락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고 여름이면 온갖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 ‘산상의 화원’으로 불린다. 높은 지대에 있지만 차로 올라갈 수 있는데다 한여름에도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매년 여름 정선군에서 함백산 야생화 축제를 이곳에서 개최한다.

한여름이라고 해도 새벽녘 만항재에서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날씨가 서늘하다. 으스름 달빛 아래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앉은 야생화들의 배웅을 받으며 함백산 정상으로 오르는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함백산 정상까지 찻길이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겠지만 달빛 산행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 서늘하고 상쾌한 공기를 즐기며 몇 날 며칠이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세상의 잡다한 스트레스는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찾아오더라도 고스란히 품어 안아줄 것 같은 함백산의 넓은 품 속, 파란 하늘엔 뭉게구름이 여유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들꽃들의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만항재 산상의 화원에서 그렇게 잠시 머물며 마음을 씻고 내려가려 한다.

만항재는 강원도 태백시, 정선군 고한읍, 영월군 상동읍이 만나는 위치에 있다. 야생화가 곱게 피어 있는 군락지를 끼고 아담한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부처꽃 위에 잠자리가 앉아 잠시 쉬고 있다. 부처꽃은 주로 습지나 냇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줄기는 1미터 정도 높이로 자란다. 꽃잎은 6개로 꽃받침 끝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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