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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시간을 차로 달려왔을 뿐인데 확연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만항재 정상에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해발 1,330m 높은 자리에 있는 숲에 들어서면 산 아래 동네보다 십여 도 이상 선선한 느낌이 든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경보도 다른 세상 이야기인 셈이다.
꽃쥐손이, 양지꽃, 노루오줌, 짚신나물 등 여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모습이 말 그대로 ‘산상의 화원(花園)’답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에 이르는 산길 전체가 꽃밭인 셈이다. 공원이나 수목원처럼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러움이 물씬 풍겨서 좋다.
한여름이라고 해도 새벽녘 만항재에서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날씨가 서늘하다. 으스름 달빛 아래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앉은 야생화들의 배웅을 받으며 함백산 정상으로 오르는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함백산 정상까지 찻길이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겠지만 달빛 산행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 서늘하고 상쾌한 공기를 즐기며 몇 날 며칠이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세상의 잡다한 스트레스는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찾아오더라도 고스란히 품어 안아줄 것 같은 함백산의 넓은 품 속, 파란 하늘엔 뭉게구름이 여유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들꽃들의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만항재 산상의 화원에서 그렇게 잠시 머물며 마음을 씻고 내려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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