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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93.3% 우승 확률의 삼성, '가을비'와의 악연도 끊어낼까?

by 푸른가람 201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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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이 내리는 가을비에 한국시리즈 3차전이 하루 연기됐다. SK는 내심 반기는 눈치였고, 삼성은 애써 아쉬움을 감췄다. SK 이만수 감독으로선 하루 더 주어진 휴식을 통해 선수들이 대구 원정 2연패의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부시로 예정되었던 3차전 선발투수는 그대로 밀고 가기로 했다.

4차전 선발투수로 점찍어 놓은 '에이스' 김광현에게 달콤한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만수 감독은 여유가 생겼다. 삼성의 거칠 것 없는 상승세가 비로 인해 주춤해 질 수 밖에 없어 일방적으로 흘렀던 2012년 한국시리즈 판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 뒤 4연승의 신화를 썼던 2007년의 재현을 꿈꾸고 있는 SK다.

3차전 연기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는 SK 구단의 노림수도 눈에 보였다. SK가 지난 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문학구장에 대형 방수포를 덮어 둔 것에 비해 이번에는 내야에 방수포를 덮어주지 않은 것.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비가 오래 내리는 경우 방수포를 덮어두면 잔디가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해명했지만 SK로선 때맞춰 내려주는 비가 반가울 따름이다.


반면, 삼성 류중일 감독은 "3차전이 하루 연기된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SK 불펜 박희수와 정우람에게 하루 더 휴식이 주어지는 것이 오히려 투구 감각을 조율하는 데는 좋지 않는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2연패의 원인이 투수력에 있다기 보다는 무기력한 SK 타선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분석에도 일리가 있다.

투타 모든 면에서 삼성이 SK에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3차전 연기로 인해 전체적인 시리즈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삼성의 '과거'를 들추어내며 가을비가 SK에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과거 포스트시즌에서 우천 순연으로 인한 아픈 기억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4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 비로 인해 하루 연기되었고 결국 삼성은 최동원의 호투와 유두열의 역전 쓰리런 홈런에 무너지며 가을비와 악연을 맺었다. 1998년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경기 도중 노게임이 선언됐고 다음날 열린 경기에서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내줬었다.

이후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또한번 가을비로 인해 1차전 승리의 상승세가 꺾인 삼성은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하며 객관적 전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2승 4패로 우승컵을 내줬다. 한국시리즈 10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김응룡 감독은 첫 한국시리즈 패장의 멍에를 쓰기도 했다.


야구에는 많은 징크스가 존재한다. 삼성의 포스트시즌 '가을비' 징크스도 물론 그 중 하나다. 삼성은 비로 인해 순연되었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4번 모두 패한 반면, SK는 2번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이밖에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여러 징크스들이 서로 효험을 겨루고 있다.

1, 2차전을 승리한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반드시 우승한다는 법칙을 유일하게 깬 주인공이 2007년의 SK였다는 점. '가을비'에 울어야만 했던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루 홈런을 친 팀의 우승확률이 100%라는 또다른 징크스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징크스가 아니라 실력이다. 징크스를 빙자한 '불운' 타령은 패자들의 비겁한 변명일 뿐, 아무리 '운'이 나쁘다 한들 상대를 압도할만한 전력이 있다면 징크스에 연연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때맞춰 내린 가을비는 한국시리즈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로 인해 야구팬들은 한국시리즈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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