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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KS 2연패 선봉에 선 장원삼, "내가 다승왕이다" - 삼성 vs SK 한국시리즈 2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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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의 상승세를 탄 삼성 라이온즈가 SK를 연이틀 무너뜨렸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장원삼의 호투와 최형우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8-3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안방에서 먼저 2연승을 챙긴 삼성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학 원정길에 나서게 됐다.

경기 초반에 양팀의 승부가 갈렸다. 기회는 원정팀 SK가 먼저 잡았다. 1회 두 타자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한 삼성 선발 장원삼은 최정에게 2루타를 허용한 이후 갑작스레 난조에 빠졌다. 제구가 흔들리며 이재원과 김강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장원삼은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SK로선 안타 한방이면 기선을 제압하고 분위기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마침 타석에는 가을에 강한 남자,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이 들어섰다. 팽팽한 대구구장의 긴장감을 뚫고 박정권의 타구는 외야 깊숙히 날아갔지만 삼성 중견수 정형식의 글러브에 들어가고 말았다. 아직까지 2012년 가을은 박정권에게 혹독한 시련만을 안겨주고 있는 셈.

결과적으로 1회가 SK에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1회 위기를 무사히 넘긴 장원삼은 2회부터 2012년 페난트레이스 다승왕(17승)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2회 선두타자 모창민을 외야 플라이로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5회 김성현까지 4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막아내는 완벽한 피칭으로 류중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선발 투수가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주는 사이 타자들도 힘을 냈다. 2회까지 SK 선발투수 마리오 산티아고에 막혀 이렇다할 공격의 맥을 찾지 못했던 삼성 타선은 3회 들어 폭발했다. 7번 조동찬의 우중간 안타가 그 신호탄이었다면 다음 타자 진갑용 타석에서 이날 경기 승부를 가늠하는 양팀 사령탑의 지략 대결이 펼쳐졌다.

류중일 감독은 무사 1루에서 진갑용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지만 SK 내야의 강력한 압박 탓에 초구 공략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때 류중일 감독은 무리하게 번트를 밀어 붙이기 보다는 변화를 시도했다. SK 3루수 최정이 압박하는 빈틈을 노려 진갑용이 번트 모션에서 강공으로 전환했고 타구는 3유간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1사 2루가 되었어야 할 상황이 무사 1, 2루 대량득점 챤스로 바뀐 셈.


삼성은 곧이은 1사 2, 3루 선취점 기회를 배영섭이 중월 싹쓸이 2타점 2루타로 연결시키며 승기를 잡았고, 이승엽과 박석민이 마리오에게 연속 볼넷을 얻어나가며 만든 2사 만루에서 이전 타석까지 5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여있던 최형우가 마리오의 높게 제구된 체인지업을 우중간 담장 너머로 날려 버리며 6-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삼성 마운드의 높이를 생각한다면 초반에 이미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SK로선 마리오가 극도의 타격 부진에 빠져있는 박석민과 승부를 펼치지 못하고 볼넷을 내 준 것이 결국 화근이 되고 말았다. 플레이오프 4차전의 영웅이었던 마리오는 '슈퍼 마리오'가 되지 못하고 1⅔이닝 4피안타 2사사구로 6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SK는 6회 선두타자 정근우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에 나섰고, 8회 1사 1, 2루에서는 삼성 포수 이정식의 패스트볼과 내야땅볼로 2점을 추가하며 따라 붙었지만, 삼성 역시 7회 배영섭의 2루타와 박석민의 적시타로 SK의 추격을 멀찌감치 뿌리쳤다. 

리드 오프 배영섭은 이날 경기에서 선취 2타점 2루타를 비롯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정근우와의 1번타자 싸움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시리즈 2차전 데일리 MVP는 쐐기 만루포를 쏘아올린 최형우에게 돌아갔지만 이날 경기의 '숨은 MVP'는 당연히 배영섭의 몫이었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6회 정근우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1실점했지만 6이닝 2피안타 2사사구만을 내주고, 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2차전에 '에이스'를 투입하겠다는 류중일 감독의 독특한 단기전 투수 운용이 또한번 적중하며 삼성은 한국시리즈 2연패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장원삼이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삼성은 고든 - 정현욱 - 차우찬을 차례로 올려 구위를 점검했다. 정현욱이 안타 2개를 내주며 2실점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류중일 감독의 '1+1 선발' 전략의 두 축인 고든과 차우찬은 실전 감각을 재빨리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앞으로의 피칭을 기대케 했다.

하루를 쉬고 27일 문학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속개되는 한국시리즈 3차전에 양팀은 배영수(삼성)와 김광현(SK)의 선발 등판이 예상되고 있다. 2승의 여유를 안고 있는 삼성은 상승세를 이어가 시리즈를 단기전에 끝낼 심산이지만, 벼랑 끝에 몰린 SK 이만수 감독은 김광현에게서 플레이오프 1차전 호투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3181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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