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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3년 연속 맞대결 펼치는 삼성-SK, 올해도 싱거운 한국시리즈 되나?

by 푸른가람 201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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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SK가 만나면 야구가 재미없다?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마저 삼성이 8-3으로 완승을 거두자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싱거운 한국시리즈 승부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1, 2차전을 통해 드러난 양팀의 전력 차이를 볼 때 올해도 팬들의 기대와는 아랑곳없이 한국시리즈가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팀은 지난 2010년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만났다. 올해로 서른 한해를 맞은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사상 첫 맞대결을 펼쳤던 2010년 한국시리즈는 공수에서 한수 위의 전력을 뽐낸 SK의 완승이었다. SK는 승부처였던 1차전에서 9-5로 역전승을 거둔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국시리즈 통산 6번째로 4연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마감했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의 무기력한 패배로 인한 삼성의 후폭풍은 생각 외로 거셌다. 5년간 재계약을 맺은 이후 겨우 첫 시즌을 보낸 선동열 감독이 그 희생양이 됐다. 자진 사퇴의 모양새를 갖추긴 했지만 그는 사실상 전격 경질을 당했다. 공들여 모셔왔던 전임 감독의 씁쓸한 퇴장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신임 류중일 감독으로선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2011년 시즌이었다.


2011년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상대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SK였다. 양팀 전력은 1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지만 한국시리즈 결과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이었다. 삼성이 4승 1패로 SK를 누르고 한해 전에 당했던 뼈아픈 패배의 아픔을 되갚았다.

선수들의 면면은 비슷했지만 양팀 사령탑의 얼굴은 모두 바뀌어 있었다. SK는 김성근 감독에서 이만수 감독대행으로, 삼성 역시 선동열 감독에서 류중일 감독을 받아들여 새로운 색깔의 야구를 펼쳐가고 있었다. SK는 감독 교체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을 딛고 선굵은 이만수 야구로 변화를 모색했고 , 삼성 역시 '지키는 야구'에다 전통적인 삼성의 공격 야구를 접목하려 애쓰고 있었다.

양팀 모두 새로운 스타일의 야구를 만들어가는 과도기였던 2011년 한국시리즈 역시 승부가 길게 가지는 못했다. 준플레이오프(SK가 KIA에 3승 1패)와 플레이오프(SK가 롯데에 3승 2패)를 거치는 동안 거듭된 명승부에 길들여졌던 야구팬들의 기대치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삼성은 대구에서 열린 1, 2차전을 오승환의 완벽 마무리 속에 승리로 이끌었고, 비록 3차전을 아쉽게 내주진 했지만 4, 5차전을 내리 따내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5년만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되찾았다. 이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분수령이 된 것은 문학에서 벌어졌던 4차전이었다.


경기 후반인 7회까지 1-5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SK가 특유의 끈끈함을 앞세워 3점을 따라 붙으며 거센 추격전을 펼쳤다. 안타 한방이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문학구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올랐다. 하지만 계속된 무사 1, 3루 챤스에서 안지만의 위력적인 투구에 막혀 추가점을 얻어내는 데 실패, 4-8로 무릎을 꿇으며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지난 2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사이좋게 우승컵을 나눠가진 두 팀이 다시 만난 2012년 한국시리즈는 양팀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나눠가진 삼성(4회, 2002년, 2005년, 2006년, 2011년)과 SK(3회, 2007년, 2008년, 2010년)는 이번 세번째 맞대결을 통해 누가 진정한 2000년대 최강팀인가를 가리게 됐다.

대구 출신 프렌차이즈 스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양팀 사령탑은 한양대 5년 선후배로 막역한 사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이만수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려야만 '야신'의 그늘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야구 대통령' 류중일 감독 역시 지난해 3관왕의 위업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한국시리즈 2연패를 통해 입증할 필요가 있다.

감독 생명이 걸린 양팀 사령탑의 피말리는 속사정은 아랑곳없이 야구팬들은 재미없는 한국시리즈에 대한 성토가 한창이다. 그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 필요는 있다. '감동'을 줄 수 없다면 '재미'라도 기대할 수 있어야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혹은 TV 앞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법이다. 결론이 뻔한 드라마를 보는 심정으로 야구팬들은 혹시 있을 지도 모를 '반전'에 목매달고 있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3182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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