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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백제 불교 도래지 영광 불갑사에서 맞이한 봄

by 푸른가람 201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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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호남의 절들은 영남 신도들이 다 먹여 살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사찰에서 받는 느낌이 다르다.
조계종 본사인 큰 절들도 경상도 절들에 비해서 화려함이 훨씬 덜 하고 담백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절의 위용과 불상의 화려함이 불심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불교 정신을 중심으로 삼국 통일을 이뤘던 신라와 마찬가지로 백제 역시 그 옛날에는 부처님의 땅이었다.
그 믿음과 기원의 깊이는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니 진정한 산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전라도로 떠나보라 권하고 싶다.

 


 


 


백제 최초의 불교 전래지라고 알려진 불갑사는 전라도 영광 법성포 가까이에 있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가 침류왕 원년이던 384년에 이곳을 터를 잡았다고 한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절 이름 조차도 부처(佛) 중에 첫째(甲)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불갑사가 유명해진 이유가 또 있다.
매년 9월이면 불갑사에는 상사화 축제가 열리는데 온통 천지가 붉게 타오르는 듯한 그 모습이 아주 장관이라 한다.
지금은 그저 푸릇푸릇한 이 곳이 몇달 뒤면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불갑사의 장관을 담으려면 당연히 9월에 이곳을 찾아야 하겠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 수많은 사람들의 소란과 극성스러움이 마땅찮기에
찾는 이 드문 이른 봄날이 오히려 불갑사를 제대로 마음에 담기엔 적당한 듯 하다.

 

 


시원스런 필체로 쓰여진 불갑사 현판이 걸린 금강문이 우뚝 서 있다.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종교 편향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멋스런 당우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것 같아 아쉽다.

 


 


 


 


천왕문의 사천왕상은 나무로 만들어진 천왕상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하는데
압도적인 크기에 비해서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거나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원래 고창 연기사에 있던 것을 연기사가 폐사된 이후인 1870년에 이 자리로 옮겨온 것이라 한다.
불갑사 현판이 조금 정형적인 분위기라면 천왕문 현판의 필체에서는 자유분방함을 느낄 수 있다.

 


 


만세루를 지나면 조선 중기 이후의 불교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대웅전을 만날 수 있다.
불갑사 대웅전은 보물 제830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당우들이 들어서 있는데 마당이 휑하니 넓지 않아 좋다.

 

 


유심히 살펴보면 대웅전 주변에 재미난 볼거리들이 있다.
대웅전 왼쪽 뒷편에는 아주 재미난 모양의 굴뚝이 서 있다.
누군가 의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얼굴을 쏙 빼닮아 무척 귀엽다.

 


 


어떤 사람들은 만세루 앞에서 만세를 하기도 한다는데 만세루는 만세하는 곳이 아니다.
만세루의 용도는 법회를 하거나 스님들의 강학을 위한 공간이므로 장난스럽게 여길 곳이 결코 아니다.
재미삼아 그러는 건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절에 오면 절의 법도를 따르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담장에 새겨진 문양들이 눈에 들어와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하나같이 둥글둥글하니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생명을 닮은 것 같다.

 


 


마음을 씻는 세심정에서 한바가지의 물을 들이켜 본다.
 불갑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느라 갈증이 들었던 지 시원스런 물이 여간 달지가 않다.
한 바가지의 물로 내 마음은 얼마나 깨끗하게 씻어졌을까.

 


 


이따끔식 불어오는 바람에 울리는 풍경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준다.
역시 이런 한적한 산사를 찾는 이유는 시끄러운 세상에서는 들을 수 없는,
마음을 씻어주는 풍경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리라.


* 불갑사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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