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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대구 불교의 모태 북지장사

by 푸른가람 201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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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지장사는 그 유구한 역사나 의미에 비해서는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절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동화사나 파계사, 부인사 등 팔공산 아래에 있는 사찰들은 한두번씩 가봤지만 북지장사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팔공산 오르는 도로를 가다보면 북지장사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큰 표지판이 붙어 있는데 왜 그전에는 그곳을 지나면서도 한번도 본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이상합니다.

동화사에 들렀다 내려오는 길에 북지장사로 향해 봅니다. 겨울철이라 곧 해가 질 시간이라 마음이 급했습니다. 방짜유기박물관을 지나니 큰 길 옆으로 작은 길이 나 있습니다. 이게 북지장사 가는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 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좁습니다. 조금 올라가다보면 중간중간 차가 비켜갈 수 있는 교행공간이 있지만 운전이 서툰 분이라면 중간에서 차를 만나면 곤혹스러울 것도 같습니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을 한참 달려 드디어 북지장사에 도착했습니다. 이날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북지장사 가는 이 길에 멋진 소나무숲이 있다네요. 차를 타고 급하게 지나다보니 그 멋진 풍경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나 봅니다. 다음번에는 차를 입구에 두고 가볍게 등산하는 기분으로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북지장사의 첫 인상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최근 기독교의 대구지역 사찰 땅밟기 의식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이 북지장사도 그 사찰중 한곳입니다. 동화사나 북지장사, 남지장사를 기독교 단체에서 그 대상으로 잡은 것을 보면 그 의미가 큰 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사찰의 규모를 보면 너무나 작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입구에 달마대사가 반겨주고 있네요.




여느 사찰들처럼 제대로 된 일주문도 없고 위용을 자랑하는 법당도 없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들을 보면 여전히 보수공사 중인 대웅전에 산령각, 요사채 등이 그의 다 입니다. 표지판을 보면 대웅전 보수공사는 2010년 완공예정이라고 되어 있던데 언제쯤 공사가 끝나 어수선한 모습이 덜해질 지 기약이 없네요. 천년고찰의 이름에 걸맞게 제대로 보수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더군요.




북지장사는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로 신라 소지왕 7년인 485년에 극달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역사가 무려 천육백년이 가깝네요. 그 엄청난 역사로 봐서 대구에 있는 사찰로는 달성군 가창에 있는 남지장사와 더불어 거의 시초인 셈입니다.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북지장사를 땅밟기 대상으로 삼은 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동화사를 말사로 거느리기도 했을 정도라고 하니 과거에는 꽤 규모가 큰 절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웅전이 보물 제80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는 석조지장보살상은 아쉽게도 친견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역시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6호인 북지장사 삼층석탑이 대웅전 양쪽에 한기씩 세워져 있습니다.


큰 도로에도 군데 아직은 지난번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 이 작은 산사로 향하는 작은 시멘트길은 거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끔하게 제설작업이 잘되어 있는 모습이라 놀랐습니다. 그 길이가 상당한데도 이 절을 찾는 이들을 위해 누군가가 수고를 해주었겠지요.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이 절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때는 뭔가 거창하고 위엄있는 절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품고 있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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