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계곡에 있는 절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곡사는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의 월아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라 헌강왕 5년(879)에 도선국사가 진주를 지나갈 때 푸른 학이 남강 변에서 월아산으로 날아와 앉기에 도선국사가 월아산을 둘러보니 성스러운 기운이 충만해 이 곳에 절터를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절터는 두개의 물줄기가 하나의 연못으로 합쳐진 위쪽에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합니다. 학이 알을 부화한 뒤에 날아가지 않도록 학의 목을 고리로 채운다는 뜻에서 탑에 원형 고리와 원주를 세워 놓았었는데 지금은 다 깨어지고 형태만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청곡사 아래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풍수를 배우는 사람들이 이 절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하네요.
청곡사를 찾았던 날은 무척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마치 초여름 날씨처럼 낮기온이 이십도를 훌쩍 넘기다 보니 한참을 걷다보면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겨우내 심심하던 무채색 풍경이었던 것들이 봄기운을 받아 계곡이 하루가 다르게 푸른빛을 더해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당우로는 대웅전, 산신각, 업경전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대웅전은 경남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웅전 앞에 서 보니 그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는데 대웅전 앞에 있는 기둥의 형태가 이채롭습니다. 꼭대기에 자세히 보면 사람 얼굴이나 동물 모습을 닮은 것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도 뭔가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절 구석구석에 온통 봄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노란 개나리며 하얀 목련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앙상하던 나무 가지에도 파릇파릇한 잎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조금만 지나면 절 뒤의 월아산도 봄의 기운으로 충만할 겁니다. 그때쯤이면 청곡사도 제 이름에 걸맞는 푸른 계곡 속에서 찾아오는 이들을 반겨주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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