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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태실수호사찰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성주 선석사

by 푸른가람 201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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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선석사를 우연찮게 들렀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 사찰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름있는 곳인지 미처 몰랐었다. 경북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의 선석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선석사는 바로 인근에 있는 세종대왕자태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실상 태실수호사찰로서 조선시대 이후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선석사는 신라 효소왕 1년(692)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래 이름은 신광사였고 위치도 지금 자리보다 서쪽에 있었는데 이후에 고려 공민왕 10년(1361)에 나옹대사가 주지로 있으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대웅전을 옮기려고 터를 닦다가 큰 바위가 나왔는데, 이런 연유로 절 이름을 선석사로 고쳐 지었다 한다.





소설가 정찬주의 '절은 절하는 곳이다'라는 책에 보면 선석사 사진이 두장 소개되어 있는데 아마도 몇해 전에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며칠전 선석사를 카메라에 담으려 찾았을 때는 많이 달라진 모습에 조금 당황했었다. 고풍스럽고 아담하던 선석사의 작은 산문은 이제 사라지고 위풍당당한 건물이 새로 지어져 있다.



너무 새것 느낌이 많이 나서 기존 건물들과 잘 조화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이 건물도 수십, 수백년의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겠지만 왜 예전 산문을 헐어냈는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몇 해 전에도 세종대왕자태실 주변 정비사업이 한창이었는데 지금도 선석사에 대한 공사가 진행중인 듯 하다. 대웅전 앞 마당에도 포크레인이 들어와 중장비 소리가 조용한 산사의 적막을 깨우고 있었다.










몇차례 전란을 겪으며 소실과 중창을 거듭하다 보니 지금 남아 있는 당우는 몇채 되지 않는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13로 지정되어 있는 대웅전을 비롯, 명부전, 정법료, 칠성각, 산왕각 등이 있는데 범종각 뒷편에는 새로 지은 듯한 태실법당이 보인다. 불자들의 태를 봉안하는 역할을 하는 듯 하다. 이 역시도 태실수호사찰인 선석사의 특징으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찬주 작가는 그의 책에서 선석사가 불법의 융성으로 명맥을 유지했다기 보다는 태실수호사찰이란 이름으로 기능을 해온바 안타까운 숭유배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씁쓸함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느낌을 받았다. 의상대사가 신광사를 창건했던 그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이제 선석사도 그 뜻을 회복해야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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